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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근래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책이다. 이 책은 한 남자가 성장하는 이야기이고, 그 남자가 방황하는 이야기이며, 종국에는 마침내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은 합쳐져서 시적인 표현을 통해 섬세하게, 하지만 동시에 무게 있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책은 싯다르타의 이야기이다.

 

먼저 제목이 상당히 인상 깊다. <싯다르타> 라는 제목에서, 보통은 고타마 싯다르타, 즉 석가모니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는 책을 사면서 이 책이 부처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겠거니 했고, 또 서양인인 헤르만 헤세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맞았고 틀렸다. 이 책은 싯다르타의 이야기이지만 싯다르타의 이야기가 아니고, 부처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부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에서 세존 고타마와 고빈다, 그리고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는 마치 서로 평행선을 걷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깨달음과 진리를 추구한다. 싯다르타의 목적은 자신을 온전히 비워내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고빈다와 같이 출가하고 사문들과 함께 고행하지만 결국 사문들로부터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문들을 떠난다. 이후 그는 세존 고타마를 만나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대화 끝에 고타마라 해도 지혜를 가르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불가의 가르침에 귀의한 친구 고빈다와 달리 수행의 길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간다. 이후 그는 쾌락의 생활을 누리다가 (이 대목에서 싯다르타가 스스로 생각하던 본인의 재주들이 옅어져 가는 묘사가 꽤 훌륭하다) 중년이 될 무렵에 이에 찌든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금 모든 것을 버린 채 뱃사공이 되어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싯다르타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부처가 모티브가 되어 어느 정도 투영된 인물이다. 그는 석가모니처럼, 부유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석가모니는 왕족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문이 되었다가 곧 사문의 길을 떠난다. 고행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깨달을 수 없다는 진리를 석가모니처럼 깨달은 것은 물론이다. 그는 다시 속세로 가지만, 여기에서도 만족을 얻지 못한 채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버리고 뱃사공이 된다. 그의 출가는 모두 거침없고 후회 없이 이루어진다.

 

어쩌면 헤세가 싯다르타의 출가를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비유로 설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싯다르타는 청년 때 처음 출가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두 번째로 출가하며, 마지막으로 중년이 되어서야 세 번째로 출가한다. 이 출가들을 통해 싯다르타는 바라문의 아들에서 사문으로, 사문에서 속세의 사람으로, 그리고 속세의 사람에서 뱃사공으로 변모한다. 이 단계들을 거치며 그는 지혜로워지고 성장한다.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거치며 싯다르타는 그에 맞게 사회적인 지위를 바꾸어 나가고, 또 영적으로 깨달음을 얻는다. 이는 우리의 삶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어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기에 새롭고 청렴한 것을 갈망하고, 중년기 즈음에 속세에 찌들었다가, 마침내 노년기에 이르러 경험으로부터 오는 연륜과 지혜를 통해 삶의 이치를 꺠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싯다르타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