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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결산을 미리 해 버려서, 결산 대신 2020년에 가장 좋았던 작품들을 뽑아보려고 함.


올해 중순쯤에 독갤 유입된 이후에야 고전에 관심을 두게 되어서 명단에 고전 문학은 하나도 없네 ㅋㅋ 올해는 없지만, 내년 베스트에는 잃시찾이나 죽한연같은 고전들이 많이 올라가기를 바람(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 2020 베스트 결산을 시작하겠음.





10위: 비탄의 문


오랜만에 읽었던 미미 여사 작품. 초반부의 고딕 호러 스타일의 묘사와 후반부의 초현실적인 전개가 아주 인상적이었음. 추리와 공포 장르를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



9위: 건축을 생각하다


올해 읽었던 건축 책들 중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작품. 이 책을 통해 디자인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나, 설계를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음. 다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글이 다소 두서없는 면이 있기 때문에 페터 춤토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비추!



8위: 설계자들


예전에(한 초등학교 때?)는 재미없어서 넘긴 작품이었는데, 지금 읽으니 생각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었음. 재미 자체로만 보면 결코 이 목록에 있지 못할 작품이지만, 독갤 독후감 대회 준비하면서 계속 같이 있다 보니 이상하게 정이 들어 버렸음 ㅋㅋ 깊이 파고들 여지가 있으면서 장르적인 재미도 충분히(엄청 재미있지는 않음) 갖추고 있는 좋은 작품.



7위: 묵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과 그의 일행이 유럽 수도원 기행을 다닌 내용을 기록한 책임. 르 코르뷔지에의 라투레트 수도원과, 그 건물을 짓는 데 영감을 준 또 다른 수도원(이름은 까먹음)에 관한 묘사가 기억에 남음. 이 책을 읽고 중세 수도원 여행에 대한 환상이 생김 ㅋㅋ 실제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이 많이 있다고 하니 독붕이들도 기회 되면 한번 가 보자.



6위: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행복한 탐정'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불행한 일을 계속 겪는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임.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인상 깊게 읽었지만,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았음. 노인이 저지른 버스 납치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이 그 진상을 쫓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충격적인 진실과 씁쓸한 결말이 좋았음. 내 기준 미미 여사 최고의 작품.



5위: 13. 67


찬호께이는 정말 대단한 작가임. 이 작품은 추리 소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며, 누구도 그가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임을 부정할 수 없음. 일단 끝으로 갈수록 시간적 배경이 앞당겨지며 각 장이 한 편의 단편소설로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구성이 신선하고 재미있음. 또 그 구성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과 놀랍도록 완벽하게 결합해서, 마지막 장을 읽은 뒤 첫 번째 장으로 돌아가서 확인한 다음 진심으로 감탄했음.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작품.



4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처음으로 읽은 하루키의 초기작. 노르웨이의 숲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면서도 더 진한 씁쓸함을 지닌 작품임.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를 소유할 수 없고, 잠시 빌린 것임을 이 작품은 담담하게 알려줌. 또 그런 무의미해 보이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바닷바람의 향기를 맡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경험의 소중함 덕분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음.



3위: 표백


에바로드를 읽은 다음에 읽어서 그런가, 에바로드에서 느꼈던 것 만큼의 감정은 느끼지 못했음. 그럼에도 세연의 주장이 깨지는 과정, 수수께끼의 놀라운 해답과 신선한 서술 방식을 통해 엄청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음.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읽은 책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좋은 작품이고, 읽는 내내 즐거웠음. 다만 에바로드를 읽기 전 먼저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음.



2위: 노르웨이의 숲


이 작품의 대단함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읽을 때마다 새롭고, 읽을 때마다 큰 울림을 주는 작품. 꼭 재독하시길!



1위: 열광금지, 에바로드


2020년 최고의 작품의 차례! 영광의 수상작은 <열광금지, 에바로드>임. 독갤에서 감상문 보고 이거 뭐지? 싶어 대충 빌린 책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마음에 남게 될 줄은 몰랐음. 주인공의 행적에 뇌수까지 몰입해서 읽었고 읽은 다음 일주일간은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 같음. 힘들 때 읽으면 언제라도 힘이 되어줄 것 같은 작품. 아직 안 읽어본 독붕이 있으면 당장 주문/대출하러 ㄱㄱ!





이렇게 2020년 결산을 끝내니 후련하면서도 서글프네. 한 해가 갔지만 난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것 같은 느낌?


내년에는 좀 더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긴 글 마치겠음. 읽어줘서 고마워!


다들 행복한 2021년 보내길.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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