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K의 투쟁이 주체적이었고 치열한,(내가 본문 읽고 느끼기로) 인간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고결한 행위였는가에 대해 조금 의문을 제기하고 싶음.

주체적이다에 대해 기준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는 우선 소설 속 개인이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맘대로 행동하는 것을 주체적이다라 생각함. 19세기 소설들까지는 그런 주인공들이 많았지. 상황에 처한다면 자기 의지대로 싸우기도 하고, 아예 다른 마을로 도망가면서 회피하기도 하고.

회피라는 부분을 어케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난 회피 역시 주체성의 하나라고 생각함.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면 도망간다는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조차 주체성이라고 봄.


반면, K는 시작부터 오로지 소송의 안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함. 정확히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게 맞겠지. 하숙집(이 맞나?) 주인한테 알려지고? K의 이웃들에게 구경거리가 되고, 직장 동료들도 알게 되고, 이웃사촌들도 알게되고(심지어 삼촌은 유죄로 아예 규정해버리고), 자기는 모르던 변호사나 화가같은 새로운 인물들조차 k의 소송을 적나라하게 알고 있는 소설 속 그 자체는 이미 스스로의 의지로 회피조차 할 수 없는 법원이 돼버린 거지. 자신의 세계 전체가 소송으로 인해 하나의 방향으로 박혀버린 거고. 이런 의미에서 주체성의 손상이(이건 k가 자각하지 못하는 손상이라 할 수 있겠다) 하나 존재하는 거지.

그렇다면 과연 소설에서 보여지는 k의 행동들은 주체적인가? 물론 처음에는 여러 시도들도 하도 노력하지.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소설에서 K의 노력 행동들이 우스꽝스럽게 비틀리는 것도 관찰할 수 있음. 법원에서 자신의 무죄를 논리적으로 주장했지만 이를 제대로 들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K가 얼떨떨하는 장면도 있고, 소송에 도움되려고 여자 꼬시다가 주객전도 되서 다른 남자한테 질투하는 등 여자 꼬시는 거에만 몰두하기도 하고.

K가 소설의 초중반부에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에는 동의함. 그러나, 이러한 주체성이 이전 소설들의 주체성과 동일시 될 수 있는지는 의문임. 다만, 이는 의도보단 결과를 보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니 이 부분에서 K의 주체성은 인정하겠음.

중후반부부터 뒤로 갈수록 K가 법원의 방향대로 행동하다는 점은 명백함. 쿤데라가 순서 이름 부여해서 얘기해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네. 대충 무죄 입증을 위한 노력, 소송의 사회화, 유죄를 인정, 등등 이랬던 거 같은데 흠... 아무튼 이 부분은 소설 읽으면 알기 쉬운 부분이니 넘어가고


여튼, 나는 카프카라는 작가가 현대문학의 유일신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함. 이전의 소설들은 세계 속에 서서 존재하는, 적어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세상을 그렸지. 카프카부터 세계는 그런 가능성이 소진된, 우리가 우리의 사회와 세계로부터 떨어져 살 수 없는(단순히 사회적 인간이라는 의미가 아닌, 그때그때 의도치 않게 본질적인 삶의 테두리를 새롭게 규정하는 의미로) 부분을 정확리 짚었다고 보거든. 이후 소설가들이 카프카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게 그런 이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