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과 수학을 하는 사람 사이의 차이는 아마도 엄밀성에 있지 않을까. 어릴 적부터 수학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수학에서 빈번히 나오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새로움에 매혹되어 더 넓거나 깊은 영역을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가 이제 수학을 정말 공부하기 시작하면 이 아이디어들을 어떤 식으로든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며 좋든 싫든 어느 정도 질리게 된다. 그렇다고 이 구체화시켜 정확히 계산하거나 엄밀히 증명하는 과정을 빼놓을 수는 없는데, 그 과정의 고됨과 별개로 이를 거쳐야만 자기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주제를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어 이를 바탕으로 한 심화적인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난이도를 낮출 수 있는 탓이다. 고로, 수학 교양 서적을 쓰는 작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두 간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어느 정도 선까지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고, 어느 정도 선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까? 게다가, 뭉뚱거린다면 이 뭉뚱그린 내용이 (분명 실용적이지 않은 수준의 개론임은 분명할 테니) 그럼에도 흥미롭게 들리고자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만 가설>은 이 문제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해결한다. 바로 이 뭉뚱그려 설명하는 과정이 만들어진 역사를 함께 이야기하는 식으로 말이다. 22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홀수 장에서는 수학적 지식을, 짝수 장에서는 그와 얽힌 역사적 맥락을 설명한다. 책의 원제인 ‘소수 강박Prime Obsession’이 암시하듯, 꼭 리만 가설 뿐만이 아니라 대략적으로 오일러 때부터 시작되는 소수의 수 및 빈도에 대한 온갖 연구들, 그 과정과 노력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책을 시작하는 첫번째 수학적 이야기인 ‘카드를 쌓아올린 탑을 위에서부터 최대한 미끄러뜨려도 쓰러지지 않게끔 한다면 탑은 카드의 너비보다 몇 배 이상 늘어질 수 있을까?’로부터 조화 급수의 성질을 이야기하고, 이것과 소수의 성질이 어떤 식으로 연관되는지로 이어진다. 그럼 이 성질을 누가 어떤 식으로 밝혔는지를 또 이야기할 수 있을 터. 그럼 이제 오일러가 어떻게 급수로부터 참신하지만 간단한 변환을 통해 이 급수를 소수에 대한 함수로 바꿔놓았는지를 알아보고, 이 과정이 실제로 수학적으론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지를 살펴본다.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이런 연쇄적이고 현실 친화적인 방식의 설명으로 리만 가설을 이야기할 때 유리한 점은, 리만 가설과 얽힌 연구들이 단지 소수라는 수학계의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흥미롭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반박하기 쉽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리만 가설이 어떤 식으로 옛날에는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던 수학의 분야들을 엮어서 새로운 학문의 방식을 만들고, 어떤 식으로 수학계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지를 넓은 시야로 보여주기에 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리만 가설이 어떠한 위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런 위상을 가져야만 했는지 그 필연성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면 누구나 배웠을 미적분의 기본 정리를 생각하면 이를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다. 단지 이 정리를 외우기만 했다면 어째서 이 정리가 그렇게나 중요한지 모르고, 증명 과정을 보더라도 사실 그렇게까지 중요성이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적분과 미분이라는 연산이 애초에 지금처럼 역연산 관계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멀었고, 그 나이도 심하게 차이 난다는 맥락을 알고 나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만 이런 장점과는 달리, <리만 가설>의 후반부는 아무래도 조금 전반부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해석적 정수론을 이야기하며 온갖 변환과 연산자들을 무시하는 게 불가능하듯,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 독자가 알아야 할 기반 지식의 수준이 상당히 깊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책에서 이런 점들을 전부 설명하진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이 분야에서의 도약을 제대로 느끼진 못하는 대신, 데이터로 그린 그래프를 통해 이것이 실제로 이렇다, 그 유사성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다, 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리만 가설로부터 태어난 적자들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좀 멀게 느낄 수밖에.
종합적으로, <리만 가설>은 수학 교양 서적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한 책은 아니지만 제대로 책을 읽어나갈 끈기만 있다면 무시할 수 있을 수준으로 축소시키는 데에 성공한 책이다. 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기본적인 지식만 있다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고, 상당히 재밌으면서도 다른 쉬운 교양 서적들보단 확실히 심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꼭 리만 가설에 대한 수학적 파트를 읽지는 않더라도 이 주제에 얽힌 수학 학계의 역사 및 잡설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을 것이다. 내가 중학생 시절에 그런 식으로 읽었으니 말이다.
승산 저기는 아무도 안 살 거 같은 수학 서적 많이 내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