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 붙은 책은 사실 재밌기가 힘들다개념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딱딱하기 때문이다딱딱한 게 재밌어 지려면 작가적 역량이 필수적이다남경태 작가님은 종횡무진역사 시리즈로 글 잘쓰기로는 꽤 정평이 나있지만, <개념어 사전>에서 그 글쓰기 역량이 한층 더 도드라진다.
  
<개념어 사전>의 정체성은 개념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에 있다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놓고개념의 설명과 자신의 생각을 도포했다배치된 역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길로 들어선다그 길엔 플라톤이데카르트가공자주자맹자가 한자리에 모여 독자를 반겨주며전에 몰랐던 역사적 사실이 독자를 기다린다이야기는 지적호기심을 채워주고 재밌기 때문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이처럼 <개념어 사전>의 장점은 시공과 분야를 초월하는 이야기의 힘에 있다.
  
사전이라는 형식에도 장점이 있다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이야기로 가득찬 개념이 독자를 반긴다읽다보면 또다른 개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도 재미있다그 과정은 읽는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어책을 읽는 사람들마다 독서경험 또한 달라진다각기 다른 경험은 책이 독자로 하여금 입체적이 된다.
  
책 속의 개념 달력을 보면달력의 인위성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날짜 하루가 바뀌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사람들이 만든 단순 개념에 불과하다고이처럼 <개념어 사전>은 개념에 대한 설명이 아닌개념이 우리에게 주는 현실적인 의미를 살피면서 이야기 속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달력이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서기 674년이다이 기록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기록되어있다그렇다면 그 전에 한반도에는 달력이 없었을까있었다중국의 달력을 받아들인 건 순전히 힘의논리에 의한 것이었다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려 당의 힘을 빌었는데이를 빌미로 불가피하게 중국의 달력을 받아 들인 것이다중국의 달력은 음력이었고공식적으로 양력이 쓰인건 1895년도다일본 제국주의의 압력으로 인해 고종은 양력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양력이 공식적으로 쓰인건 음력 1895년 11월 17일인데이날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고쳤다이에따라 우리나라에 1895년 11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날이다우리나라에게 달력이란 결국 힘의논리에 패배한 역사인 것이다.
  
  
남경태 작가님은 2014년 53세 나이에 작고하셨다작가님의 역사, 철학, 과학을 넘나들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은 글들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