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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트니는 좆됐다.
이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와트니는 좆됐다.
하지만 모두가 와트니를 구해냈다.
한줄 요약
고증과 유머의 골 때리는 조화, 인류의 선함을 유쾌하게 풀어내다.
영화 마션의 원작되는 소설! 물론 실제 제목은 "마션: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라는 상당히 긴 문장형 제목이다. 영화가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고, 실제로 길게 리뷰할 게 없는 작품이라 길게 리뷰하진 않을 것이다.
마션의 내용은 간단하다. 제목에 다 적혀 있다. '마크 와트니'라는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우주비행사가 화성에 고립돼 생존투쟁을 벌이다가 극적으로 구출돼 지구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물론 지구로 돌아가는 건 나오지 않고 구출 직후까지만 다룬다.
먼저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상당히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영화의 비판이었던 리치 퍼넬이랑 중국의 경우는 소설에선 좀 더 개연성과 합리성을 찾아준다. 리치 퍼넬은 복선을 깔아줬고, 중국의 경우는 좀 더 중국다운 모습과 인류의 일원으로서의 모습을 깔끔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량상 잘라낼 부분까지 깔끔하게 잘라냈다.
소설은 와트니의 일기로 진행되고, 내용상 그저 화성에서 생존하는 맨vs마스편이라, 모로보나 다큐로 보는 게 합당하다. 하지만 마션이 소설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 유머다. 일단 마션이 첫문장으로 유명한 소설이지 않는가ㅎ(도입부도 그걸 패러디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도입부의 유머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600페이지 가량 되는 페이지 내내 와트니의 입담은 멈추질 않고, 와트니 시점이 아니더라도 앤디 위어의 유머 센스는 탁월하게 빛난다. 그냥 600페이지 내내 웃으면 된다. 유머 하나로 지루할 뻔했던 다큐를 꿀잼으로 만든 건 분명 대단한 점이다. 유머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지루한데다가 노잼이기까지 한 최악의 소설이겠지만, 영화 마션을 재밌게 봤다면 도저히 지루하게 볼 수 없다.
쉽게 요약하자면 "실시간 와붕이 x됐다"의 꿀잼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물론 마지막엔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다고 유머가 줄어든다. 그때 잠깐 이게 얼마나 지루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데, 다행히 그건 감동적이고 훈훈하고 여전히 유쾌한 마무리로 상쇄된다ㅎㅎ
실제 유머 중 일부를 발췌하자면 이렇다.
*
"어떤 기분일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먼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기가 온전히 혼자이고 우리 모두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벤카트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일지 기록: 61화성일째
아쿠아맨은 어떻게 고래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 고래도 포유류 아닌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
이거 말고도 수없이 많은데,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의 유머는 상당히 순화시킨 거란 걸 새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난 젖탱이가 (.Y.)로 표현할 수 있단 것도 알게 됐으니 말이다.(벤카트가 와트니에게 말 좀 가려서 하라니까 젖탱이 보라면서 저걸 타이핑한다.)
고증에 대해선 내가 우주물리학이나 화성탐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건드리진 못해도, 최소한 소설에서 설명하는 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와트니가 입담 하난 끝내줘서 최대한 재치있고 유쾌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증이나 에셒이라고 해서 너무 긴장할 거 없다. 아주아주 쉽고 유쾌한 미국소설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서 잘린 부분 중에선 상당히 충격적인 얘기가 나온다. 보급선 도킹 실패시 헤르메스의 우주비행사들의 생존법인데, 나머지 4명이 그 즉시 자살하고 나머지 한 명이 식량을 아끼고 그들을 먹어가면서 버티기로 한다. 그것 외에도 와트니가 몇 번 더 큰 문제를 겪고 극복해나간다. 와트니와 헤르메스의 만남도 영화에선 유사 아이언맨으로 극적으로 구출되지만, 소설에선 그 방법이 기각되고 다른 방법으로 와트니를 구출한다.
이 소설은 악인이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와트니를 위한다. 한 사람을 위해 인류의 지성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 나라가 온갖 자금을 끌어다 쓰며, 심지어 경쟁관계였던 나라까지 그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우주선을 내줬다. 그야말로 전인류의 헌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와트니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코멘트가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이다. 이는 코 끝 찡해지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한 사람과 전인류의 생존투쟁과 선함의 증명과정의 마침표다.
요즘같이 서로 팍팍해진 시대에, 코로나로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시대에, 그럼에도 서로를 돕고자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그런 소식을 들었다면 마션의 마무리는 썩 감동적일 것이다ㅎㅎ
ㄱㅅㄱㅅ
마션 진짜 재미있지. 나는 우리말 판 다 읽고 알라딘에서 팔아버린 다음 그 돈으로 영어판을 사와서 보유중인데, 영화판에서 뭉텅뭉텅 잘려나간 부분들이 너무 아깝더라.
아깝긴 하지ㅋㅋㅋ 특히 헤르메스에서 커플링 생기는 건 살려도 됐을 법했는데. 분량상 와트니에게만 집중하느라 짤릴 수밖에 없겠더라...
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