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블리딩 엣지> 67p ~ 271p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 27p ~ 58p
블리딩 엣지는 읽을수록 파이트 클럽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 같은 영화가 떠올랐음. 파편적으로 떠오르는 상념들, 분절된 장면, 뜬금없는 회상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한 이유임.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웠다는 것만 제외하면(펠릭스와 빕 에퍼듀가 누구더라..) 취향 저격이었음.
유교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유교를 재조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우리 사회를 비판하는 것까지 나아가서 놀랐음. 맹자의 사상을 위민, 민본주의로 지칭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민본주의가 democracy라는 서양의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근대적 어휘라는 사실을 알려줌.
중국인들이 만주족 황제에 대한 반감으로 본래 군주와 동의어로 쓰였던 '민주'라는 단어를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하여 '민주주의'라는 democracy의 번역어를 탄생시키고, 일본인들이 천황제의 틀 안에서 democracy를 번역하기 위해 군주가 정치의 주체이지만 그 목적은 인민에게 있는 '민본주의'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음. 맹자 사상이 민본주의로 일컬어지게 된 것은 민주주의가 democracy의 번역어로 정립됨에 따라 사장되기 시작한 민본주의라는 용어가, 민본이라는 단어의 탄생 이후 그 기원을 맹자의 '민유방본'에서 찾은 '전도된 계보학'에 의해, 맹자의 사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오도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음.
이 대목에서 의문이 들었던 건 앞 장에서의 '비록 어떤 용어를 사상가가 직접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그의 사상을 대변할 수 있다면 그 용어로 사상가를 지칭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민본주의는 맹자의 사상이 아니다'는 이번 장의 주장과 모순되지 않느냐는 거였음. 그런데 뒷장을 읽고 이 의문이 완벽하게 해소됨. 민본주의 또는 위민, 즉 '인민이 정치의 근본이다.'는 사상은 맹자만의 사상이 아니라 고대 동양 사상의 일반적인 특징이므로 절대 맹자의 사상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애초에 일본인들의 어긋난 욕망에서 비롯된 단어인 '민본주의'가 맹자의 사상에 덧붙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임.
이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음. 민주주의와 민본주의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저자는 우리가 서양의 것을 추종해온 결과 '양옥'은 집으로, '양식'은 밥으로, '양복'은 옷으로 부르지만, 우리 고유의 옷은 '한복', 고유의 집은 '한옥'으로 '한' 자를 붙이는 슬픈 현실에 관해 이야기함. 외국의 개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것은 소외됐음. 사실 살펴보면 사회, 경제, 신문, 방송, 미술, 음악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대부분은 번역어이며 서구에서 비롯된 것들임. 악서덴털리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왜곡된 현실에 대해 인식하며 살아야겠음. 그리고 고대 중국 사상이 내 생각 이상의 깊이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맹자>나 <논어> 등의 책을 읽어보아야겠다고 결심함.
달린 거리: 6697p, 15.87%
서세동점의 영향이 컸지 뭐... - 革命 萬世! 人民 萬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