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럭 기획;김지은 외 4명,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체벌이라 쓰고 '폭력'으로 읽다, 오월의봄, 2018.
어제 읽은 ≪어린이라는 세계≫ 옆에 도서관 신착도서로 배치돼 있길래 읽었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찾지 못한 다른 반 쪽의 세계를 기대하고 읽었으나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니었다. 일종의 강연 모음집으로 체벌이라는 주제를 문학, 역사, 여성, 심리, 종교라는 다섯가지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다섯 가지 중 역사 부분이 제일 별로였다. 역사교육에 있어서 김한종 쌤을 존경하긴 하지만 내용이 너무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문학과 여성이었다. 문학 부분에서는 아동문학에서의 체벌이 그려지는 모습들, 아동문학이 체벌을 어떤 식으로 그려야 하는 지에 대해 쓴 부분에서 내가 미처 생각치못했던 부분들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었다. 여성 부분에서는 체벌, 즉 폭력이 아동뿐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약자 전반에게 가해지는 일종의 사회적인 문화로써 작용한다는, 매우 상식적인 얘기를 저자의 활동 경력을 통해 매끄럽게 이어나감으로써 이와 같은 얘기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사고의 길을 열어주리라 생각한다.
종교 부분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성경 말씀에 체벌이 적혀있는 대목을 가리켜 종교적 이유로 체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체벌을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적 이유를 들먹이는 것뿐이라 단언한 부분이 좋앗다. 표창원이 쓴 심리부분은 내용 자체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흉악한 범죄자들의 불우한 어린시설을 예로 들며 학대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얘기하다보니 피해자의 가해자화에만 너무 집중해 그런 얘기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 지 너무 소홀히 생각한 게 아닌가 싶었다.
정희진이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에서 말했듯이 체벌 등 모든 폭력의 본질은 "때릴 수 있으니깐 때리는 것뿐"이다. 이 본질에 무슨 사랑이니 훈육이니하는 미사여구가 붙여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체벌이 곧 '참교육'이라는 웹툰이 인기를 끄는 시대에서 이런 얘기가 먹힐까 싶다. 어른들은 "나도 어릴 때 맞으면서 컸는데 그럼 내가 내 사랑하는 부모님이 날 잘못 길렀다는 얘기냐"라던가 "나라고 내 자식 때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다. 너도 애 키워보면 알겠지만 그럴 때가 온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린이나 청소년 당사자들도 잘못한 애들은 좀 맞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지니는 경우를 종종 맞닥뜨린다. 이런 경우들을 도대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인식의 개선은 제도와 환경의 개선에 뒤따라오게 되어있다고 여긴다. 체벌에 대한 제도적인 처벌과 확실한 매뉴얼이 필요하겠고 무엇보다 공교육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체벌이 절대적으로 잘못된 행위을 알려줘야하지 않을까. 그에 더 나아가 체벌이라는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 역시 다룬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어찌됐든 이 책도 당사자들의 얘기에서는 좀 벗어난 책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아동학대에 대한 뒤늦은 기록≫을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부제인 "별이 된 아이들 263명, 그 이름을 부르다"만 봐도 벌써부터 숨이 턱 막힌다. 아마 읽다가 울 것같다. 읽고 싶지 않은 내용이지만 모른체 넘어갈 수도 없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오늘도 하염없이 우울하다.
오늘도 하염없이 우울하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