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은 신유박해를 소재로 삼은 역사소설이다. 픽션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은 소설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흑산>을 읽으면서 걱정이 생겼는데, 소설과 실제를 착각하면 어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역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소설 속 대표인물은 정약전과 황사영이다. 정약전은 정약용의 둘째 형으로 정약현,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이 형제다.  정약전의 형제들은 천주교를 받아들였다.황사영은 정약현의 딸 명련과 혼인한 정약현의 사위다. 황사영은 16세때 과거에 급제 했으나, 명련과 혼인후 정약전 형제의 가르침에 이끌려 천주교에 들어선다. 

흑산에 들어간 정약전은 천주교를 버리는 것을 대가로 유배된 것이었다. 흑산은 육지와는 완전히 고립된 다른 세계였다. 글을 배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섬 사람들은 배를 타서 빌어먹었고, 배를 타다가 죽었다. 죽으면 섬 전체가 울었고, 울음을 그친 후에는 또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는 조기가 소리를 내며 울었고, 때가 되면 물길을 따라 고등어가 찾아왔다. 흑산은 정약전에게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정약전은 여기서 살아질 것인지를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가늠하고 고민한다. 
 
‘마음이 세상의 근본이며, 세상이 동력이어서, 시간이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세상이 저절로 바뀌지 못하며, 마음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 것’ 
황사영은 과거를 볼때 위와 같이 썼고, 임금(영조)이 불렀을 때 위와 같이 답했다고 말한다.  영조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묻는데, ‘마음을 들여다보고 물으니, 마음이 답하였습니다.’라고 황사영은 답한다. 황사영은 마음과 천주교로 세상을 바꾸려한다.  

이처럼 흑산과 천주교는 소설의 두 줄기다.. 흑산은 천주교를 버려 살아감을 상징한다. 천주교는 죽음을 개의치 않고 마음이 끄는대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소설은 판단하지 않는다. 김훈 소설의 특징이다. 극과 극을 내보이지만 어느 것이 이치에 맞는지 이야기를 몰아가지 않는다. 다만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황사영은 천주교를 선택하고 그 길을 갈 뿐이다. 정약전은 흑산에서 창대라는 소년을 만난다. 창대는 글을 아는 소년이었다. 창대는 물고기를, 비늘을, 나무를, 바다를 살피며 그것을 탐구한다. 정약전이 ‘늘 물고기를 들여다보느냐’ 라고 물었고, 창대는 ‘세상을 직접 대하라고 <소학>에서 배웠습니다.’ 라고 답한다. 산다는 것은 꼭 뜻한 바 그대로 직진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삶은 물고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질에 기반한 삶’ 은 김훈이 항상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인데, <흑산>에서는 창대와 물고기를 빌어 그 뜻을 전달한다. 

소설 마지막, 정약전은 흑산(黑山)을 자산(玆山)으로 바꿔 부르기로 한다. 흑과 자의 뜻은 ‘검다’로 동일하다. 같은 뜻을 왜 바꿔 호칭하는 걸까? 흑(黑)은 완전히 거멓고, 자(玆)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정약전은 흑산을 자산으로 바꿔 부름으로써, 희미한 빛을 찾고자 한 것이다. 정약전은 흑산에서 살아가기로 한다. 


*실제 역사


1. 정약전은 유배지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저술한다. 1801년 부터 1814년까지 흑산도에서 살며 저술한 것으로 물고기의 생태에 관한 것이다. ‘자산’은 정약전의 호다. 흑산이 자산을 뜻한다는 것은 소설의 설정이다. 정약전의 또다른 저서가 <자산역간(玆山易諫)>인데, 흑산이 자산이라면 자산역간이 흑산역간을 뜻하므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신동원(2007), 《우리 과학의 수수께끼》 2권, 한겨레출판, p.209 ~ 212) 

2. 정약용은 18년간 경상도 장기, 전라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는데, <목민심서>, <경세유표>등의 저술이 대부분 이시기에 나온 것이다. 정약용이 죽기전 자녀들에게 신신당부로 한 말은 ‘한양을 벗어나는 순간 기회는 사라지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한양에서 버티라’였다. 유배기간 명저를 지었기에 한양과 관직에는 마음을 떠났으리라 알고 있었는데 의외였다. 명저들과 정약용의 마지막 말은 대치되어 아이러니 하다.

3. 황사영은 황사영의 백서 사건으로 능지처참 당했다. 백서에는 ‘서양의 힘을 빌어 조선을 굴복시켜 천주교를 받아들이게 하자’는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되었다. 매국노냐 순교자냐. 

4. 황사영의 부인은 제주도로 유배간다. 이름이 정정련이 아닌 정난주로 알려져있다. 유배간 제주도에서 천주교를 전파하는데, 최초였다. 풍부한 교양과 학식으로 주민들을 교화하여 ‘서울할머니’로 알려졌다. 피를 흘리지 않았지만, 삶 자체가 순교자여서, 천주교에서는 그를 무혈의 순교자 반열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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