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둘러보았다. 거리 뒷편의 암시장에서는 물건들 옆에 \'배척, 일본인 재류\' 라고 적힌 전단을 떡 하니 붙여놓고 조선인들이 일본어로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정치적 이념과 현실의 욕구가 교차하는 모순된 상황이 한편으로는 재밌으면서도 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조선인들은 돈벌이를 위해 일본인에게 물건을 팔기는 했지만, 가는 곳마다 \'왜노 추방\'이라고 써 붙인 자극적인 전단지가 계속해서 눈에 거슬렸다. 거리를 걷다 보면 예전의 말단 직원이었던 조선인 아무개는 무슨 무슨 위원장이라고 적힌 완장을 두르고 다녔다. 반면 예전의 일본인 과장님은 그 옆에서 조선인을 상대로 가재도구를 내다 팔고 있었다. 그는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혔단 것을 실감했다.\"-본문 중에서-일제의 몰락 후 조선에 남겨진 일본인들이 일본으로 추방 당하는 과정을 일본인들의 상황을 기록과 저자의 해석을 곁들여 생생하게 풀여낸 책이다. 이런 책은 일제가 옳다는 것이냐는 친일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한 변론을 길게 적자면, 이 책은 일본인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면서도 결코 그들을 무작정 긍정하지 않는다. 민간 일본인들의 대다수가 우리 조상을 고문하고 억압하던 악랄한 일본인이라는 인식이 아닌, 그들 또한 일제의 이주 정책에 따라 좀 더 나은 삶을 꿈꾸어 연고지 하나 없는 낯선 땅 조선을 향해 이주했고 거기서 최선을 다해 살았을 뿐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체제에 대한 \'특권\'을 누려왔음을. 몇몇 일본인의 기록에서 조선을 태평양 전쟁의 겁화조차 미치지 못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이라 서술하던 것을 인용하고 \'그들의 조선\' 뒷편에는 그들이 누려왔던 특권을 뒷받침 하기 위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 엄동설한에 주택 조차 갖지 못한 채 굶고, 얼어 죽는 우리가 배웠던 절대다수의 조선인들에겐 고난의 역사였음을 사료를 들어 지적하고 서술하기에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다.또한 소련의 무자비,무관심과 일본 기술자들이 쓸만하다는 정치적 목표 속에서 행해진 재북 일본인의 이주 금지와 노동 사역.그리고 그 속에서 북한 자치 정부 주도하에 행해진 친일 청산과 달리(...혹시 적지만 말이 친일 청산이지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무관심 속에서 죽었을걸 생각하면 난 이 정책이 잘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미군정의 청산보다 추방 위주의 정책이 행해진 결과가 한국인의 현재에 남은 일본에 대한 한과. 일본 제국의 전후 처리 결과가 일본인에 끼친 영향이 뒤섞인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