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류이근 외 4명 지음, 시대의창, 2015.
뒤늦은 기록이었고, 뒤늦은 읽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뒤늦은 사과를 한다.
이번 독후감에서는 책에서 아동학대 관련해 개선되어야 한다고 얘기한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이것이 2021년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나름대로 찾아보아 정리하였다.
① ‘살아남은 아이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이 지난 7월 1일 시사in 인터뷰에서 “대중의 관심은 비극적 사건의 세세한 부분, 그리고 ‘가해자가 얼마나 정의롭게 제대로 처벌을 받느냐’ 여기까지다. 그 이후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선 관심이 적다.”라고 밝힌 대로 살아남은 피해 아동에게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윤 원장은 인터뷰에서 2~3세 미만의 영아의 경우 적절한 교육을 받은 전문 위탁가정이 필요한데 그 수가 너무 적다고 얘기한다. 또한 피해아동이 피해아동쉼터에서 최대한 지낼 수 있는 기간은 1년, 그 이후 피해 아동이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로 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더이상 관여할 권한이 없다. 결국 아이의 이력을 추적해 도와주는 몫은 지자체다. 윤 원장은 “지역의 사회복지 자원을 활용해 추적하고 서비스들을 연결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를 지켜본 아이들, 예를 들어 피해 아동의 자매형제 등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2008년 이후 책이 2014년까지 기록이 남아 있는 아동학대 사망자 104명 중 ‘살아남은 자매형제’가 있는 경우는 45%에 달한다. 그중 가해자로부터 분리한 경우는 7건에 불과하다.
책에는 만 세 살짜리 아들을 때려죽인 아빠와 시체유기를 도운 엄마가 나온다. 저자 중 한 명이 사건 이후 4년이 지나 고생 끝에 엄마를 찾아간 결과 사건 당시 뱃속에 있었던, 이제는 네 살이 된 딸을 죽은 아들과 유사한 방법으로 학대하고 있었다. 아홉 살이 된 큰 아들도 심리 치료 결과 우울증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학대 신고를 하면 가해자는 무조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연락을 끊고 잠적할 수도 있었던 상황. 결국 저자는 엄마를 설득해 신체적 학대를 받아온 딸 아이만 아동보호시설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겐 아직 아홉 살, 다섯 살, 3개월 된 세 아이가 남아있었다. 그 아이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찾아보니 2019년 4월에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 2020년 3월 24일 피해아동뿐만 아니라 피해아동의 자매형제 및 피해아동과 동거하는 아동의 보호 역시 가능하도록 개정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한 전수조사는 실행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부디 이를 실행해주길 바란다.
② ‘훈육’이라는 이름의 아동학대
책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로 사망한 아이 112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이의 배변, 수면 습관, 울음 등 생리적인 이유가 24.2%로 학대 원인 1위, 훈육이 21.8%로 학대 원인 2위였다. 책에는 가정 내 체벌 금지를 법제화한 국가가 24개국이라 쓰여 있다. 찾아보니 지난 12월 10일 멕시코 의회가 체벌을 만장일치로 금지하면서 법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61번째 국가가 되었단다. 책이 나온 게 불과 5년 전이니 5년 만에 전세계적으로 체벌을 법적 금지하는 나라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한편 한국은 1958년 제정된 후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유지된 민법 제915조(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를 삭제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 국면으로 인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소위를 넘지 못하고 있는 판국이다.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발생한 장소의 79.5%가 가정이었고 학대행위자의 75.6%는 모부였다. 이중 친모부의 비중은 72.3%에 달한다. 가정 내에서 모부에 의해 벌어지는 학대가 가장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서 가정 내 체벌 금지 법제화가 아동학대를 향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한시라도 빨리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③ 의무를 지키지 않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의료인
책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아동학대 신고자를 조사한 결과 의료인은 1.3%로 학대 피해 아동과의 접점에 있는 전문가 중 꼴찌나 다름없었다. 반면 같은 해 미국에서는 신고자 가운데 의료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4.5%로 한국의 11배였다. 책에 나온 소아응급학회 회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은 그 이유로 ‘아동 학대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증거가 불확실해서’, ‘신고 절차를 알지 못해서’, ‘신고 뒤 책임이 부담되어서’라고 답했다. 저자들이 2015년에 만난 한 의과대 교수는 소아과는 개원의들이 많아 동네 평판이 무서워서 나서지 못한다면서 아동학대 징후를 판단하는 선별 도구를 만들어 두 가지만 해당하면 무조건 신고하는 등의 규정을 통해 가해자들이 항의해도 규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대 커리큘럼에도 아동학대 선별과 신고 의무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책에서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는 “가해자가 칼이라도 들고 오지 않을까 겁나는 게 사실이다. 신분 노출 위험도 크다. 의무와 책임은 강조했는데 그만큼 신변 보호가 가능한지 우려가 많다. 한국 사회에서 ‘고발’은 생각보다 힘들다”라고 말했다.
찾아보니 지난 7월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국회의원의 주최 하에 ‘의료기관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과 관련해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좋은 이야기들을 해준 것 같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책에 쓰여진 대로 가해자의 신고자를 향한 보복 방지와 의대생, 간호학과생, 구조학과생 등에게 아동학대 커리큘럼을 교육해 국가고시 시험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란 교수는 아동학대 신고를 한 뒤 추후 경과에 대해 알 방도가 없어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바람직한 경험이 확산되지 않으며 이런 환경에서는 당위성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고평기 과장은 의료기관에서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경찰에 했을 때 경찰이 증거 없이도 피해 아동을 응급조치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자연히 의료인 신고도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아동관리보장원 학대예방사업본부 장화정 본부장 역시 의사고사와 병원평가를 통한 의료인 교육과 의료기관의 신고 이후 해당 아동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줘야 한다며 이와 관련한 예산이 필요하다 얘기했다. 한편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의료인의 신고비중은 1.0%로 여전히 매우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부디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현장에 반영되길 바란다.
④ 부족한 예산
이 모든 게 다 돈이 들어간다. 책에는 2015년도 아동학대 관련 예산안 252억 4700만 원, 2016년도 아동학대 관련 예산안 185억 6200만 원을 언급하여 너무나도 적은 예산이라 비판하였다. 그렇다면 5년이 지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2020년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296억 5900만 원이다. 아동학대 건수는 2014년의 1만 27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3만 45건인데 돈은 채 두 배도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예산의 체계를 따지고 보면 복지부 일반회계는 11억 6800만원으로 3.9%에 불과하다. 225억 7800만원(76%)은 법무부 예산인 범피기금, 59억 1300만원(20%)은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에서 충당한다. 즉 벌금이 얼마나 모이고 복권이 얼마나 팔리는지에 따라 아동학대 예산이 달라지는 매우 불안정한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로 내년도에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감축할 뻔했다. 범피기금 여유자금이 없어서였다. 정부예산안이 확정되기 전 작성된 ‘법무부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사업에 올해보다 10억 정도 더 적은 216억 2,500만원으로 표기돼 있다. 다행히 법무부와 기재부가 범피기금 재원을 늘리기로 협의해 급한 불은 꺼진 상태다.
하지만 구조 자체는 다르지 않다. 2021년도 정부예산안에 책정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은 총 392억 6,000만원이다. 올해보다 100억 가량 늘었지만, 복지부 일반회계는 30억 6,000만원으로 7.8%에 그친다. 여전히 90% 이상을 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9월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날 때마다 깜짝 관심받고 정부에서 종합대책을 몇 번 내놓았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서 속 빈 강정이 돼왔다. 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하자고 7~8년을 외쳐왔는데 계속 기재부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렇다면 예산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범죄 근절 위한 전문가간담회'에서 의진 연대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본의 우리보다 GDP가 3배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아동학대 예산은 70배 가량 높다”며 “아동학대 예산을 10배만 높여도 이러한 전문적인 치료체계를 거뜬히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남인순 의원과 아동권리보장원 주최로 열린 '아동학대 방지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년, 20년 동안 계속 같은 얘길 하고 있는데 바뀌지 않는다. 결국 예산이 가장 문제다. 예산이 있어야 인프라도 확충하고 종사자 처우도 개선할 수 있다.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 회장은 “예산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다. 범죄자피해기금 아래서 아동 문제, 미래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광화문에서 혈서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변화되지 않는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다. 기재부와 법무부는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이 적으니 쉼터 등의 시설도 운영이 쉽지 않다. 책에서는 2014년 전국적으로 36개였던 쉼터가 이듬해 22개 더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겨우 1개 증설에 그쳤다며 비판한다. 찾아보니 그나마 지금은 2014년으로부터 두 배가 늘어난 72개다. 그러나 월 250만 원으로 7명 아동들의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고 직원들 역시 최저임금 수준을 받으며 예산이 부족해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심리치료도 해주지 못하는 등 상황이 열악하다. 굿네이버스 이순기 아동권리사업본부 복지사업부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아동학대 상담가들이 담당해야 하는 사례 건수가 연간 60여 건인데 이는 미국의 12건에 비하면 너무나도 많은 업무라고 이야기하며 인당 스무 건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KBS 취재 결과 지역별 아동보호전문기관당 아동 수와 피해아동 발견 수는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증설될수록 발견되는 피해아동도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부가 예산상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채 뒤늦은 미안함을 부르짖는 이름들은 계속될 것이다.
시간이 남아도는 백수한량이라 이렇게 나름대로 시간을 투자해 아동학대와 관련해 자료들을 찾아본 것도 있지만 악명높은 윤서인은 이번 아동학대사건의 피해아동에 대해 왜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린 걸 보고 우리 어른들이 왜 미안해야 하는지 나름의 근거를 찾고 싶었다. 하기야 그 인간말종이야 눈앞에 대놓고 보여줘도 본 체도 안 할 인간이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미안함의 연원을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겠나. 자고 일어나 비몽사몽의 정신으로 여러 자료들을 종합하다 보니 꽤 두서가 없는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한 번 쯤 대강 훑어만이라도 보시라.
잘 읽었음.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되네
굿굿
워낙 비상식적인 범죄다 보니 법으로는 감당이 안되나봐
의무신고제의 제대로 된 확립, 예산확충에 따른 아동보호전문기관의증설 및 인력 확충, 경찰의 확실한 아동학대 커리큘럼 구축 등 법제도가 완비됐다면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 가능했음. 당장 지금 법만으로도 경찰이 적극대응했다면 피해아동을 분리할 수 있었음. 세 번이나 신고했는데 무혐의로 묵살한 경찰이 백번 잘못
비상식적인 범죄인 건 동의.
잘읽었긴한데 친모부? 친부모랑 같은 뜻인가?
부모 모부 위치 바꾼 것. 그냥 똑같은 단어임ㅇㅇ
ㅠㅠ
좋은 글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