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앨리스(이상한 나라나 거울 나라)처럼 아무래도 원서로 보지 않으면 읽는 의미가 상당히 떨어지는 글들도 있다고 얘기했을 때
그냥 원서충처럼 몰렸던 적이 있는데
보편성이고 뭐고 어쨌든 시처럼 분명히
번역으로 옮기기 어렵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마치 농담을 설명해주는 것처럼 의의가 사라지는
그런 글들이 있다고 생각함
보통 번역이 안 된 걸 읽는 게 훨씬 수고롭고 번역자보다 더 떨어지는 어학 실력으로 글을 읽다보니 오역 가능성도 훨씬 높긴 한데
그거랑 별개로 이런 걸 이야기하는 거 자체를 무의미하게 몰아가는 것도 좀 그래
얘기 자체는 뭐라 안하지 근데 번역 읽는다고 비웃으면 문제 있는 거고
그 때도 난 비웃은 게 아니라 분명 저런 부분들이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번역으로 옮길 수 없는 부분들이 크다면 애초에 보편적인 문학이 아닌 것이니 읽을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대꾸했잖음...
만약 번역본 읽는게 무의미하고 그 나라 언어로만 읽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의 비중이 높다면 당연히 보편적인 문학이랑은 거리가 멀지 않겠음? 대다수 세계문학들이, 심지어 언어랑 결합성이 가장 강한 시들도, 번역으로 일정부분 훼손되는 점은 존재하지만 번역을 읽는 즐거움이 존재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원서 대비 역본을 읽는게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읽는데 이상한 글이면 그런 글들은 보편적인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문임. 결국 자기 언어권 벗어나면 아무도 이해 못하는 건데 그냥 영어권이 가진 세계적 파워 때문에 퍼져 나간게 아니냐는 거지. 그게 아프리카 언어로만 이해 가능한 거였어도 지금과 같은 위상이 됐었을까?
그거와는 별개로 예전에 내가 얘기한 내용들로 인해 상처받거나 기분 나빴던 부분이 있다면 사과하겠음
지금도 난 보편적 문학이니 하는 걸 판단하려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한계가 큰 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번역으로 봐도 어쨌든 꿈 속 세계를 가장 훌륭하게 그려낸 글이라는 의의는 여전히 느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또 다른 큰 축을 차지하는 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언어유희들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런 구체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만약 그게 비중이 컸다면 애초에 앨리스가 이렇게 읽힐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읽을 필요가 없다 라는 식으로만 대꾸하고 있는 거잖음. 번역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맥락이나 배경지식이 상당한 고전들은 상당히 많고(신곡처럼)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로 써먹을 수 있는 두루뭉술한 반박임 이건.
기분 나쁘거나 상처 받았다 같은 감상적인 얘기를 뭐 토로하는 거야 어차피 큰 의미는 없고 그냥 그 때나 지금이나 이 주제에 대해서 좀 다르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음.
그때부터 내가 말한 바는 "만일 한 문학이 오직 그 언어로 읽어야'만' 감동을 느낄 부분들'만' 존재하고, 그 외의 다른 부분들에 비해 이런 것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면, 그렇다면 애써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게 아니라면 그 문학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는가?" 임. 그래서 그때도 너가 번역으로 읽어도 느낄 부분이 많다고 해서 대충 결론난 거로 기억하는데?
그거를 보편적인 가치로 얘기하니 내가 앨리스를 비하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건 내 어휘 선택의 문제니 이거로 할 말은 없고. 거기다 당시 번역 읽는 너네는 미개하다 하고 다니는 원서충들 득실 거릴 때니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있고
비슷한 태도니까 그냥 끝냈던 거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건 많다-하지만 잃는 것도 너무나 많다라는 태도는 그 때 이야기할 때도 늘 유지했던 것 같고. 그 뒤로는 딱히 얘기할 생각 없었는데 갤에서 빈번히 원서를 읽을 필요성 자체를 적당히 어그로랑 비슷한 수준에서 묶어놓으려는 것 같아서 이야기하는 거임. 원서충들이야 어차피 대부분 183.100이나 통피처럼 분탕치는 게 분간가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진지하게 이야기하려는 사람들도 이런 무용론 같은 스탠스로 퉁치려는 게 마음에 들진 않음.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글을 읽을지 선택하는 건 자유고 님 말대로 그걸 느끼기 위해 굳이 그 언어를 배워야 한다면 이런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원서를 읽을 필요성에 대해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임.
원서 읽을 필요성을 어그로랑 묶어서 이야기한다? 원서 읽어보자고 츄라이 하는 글들이면 모를까 어그로 취급받고 썰린 글들 대다수가 번역 읽는다고 얕잡아 보고 번역 읽은 주제에 니 감상이 맞기야 하겠냐는 식의 시비 글들인데 원서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얘기한 글들을 어떻게 어그로로 묶었다는건지 모르겠네.
그리고 내가 한 얘기가 어떻게 원서 무용론이 되지? 원서 무용론이 아니라 원서만이 정의라는 생각들을 까는 거지. 외국인들은 범접도 못할 정도로 자국어 문화에 강하게 결합된 작품을, 굳이 다른 읽을 거 많은 상황에서 언어 교육까지 얹어서 원서로 읽으야만 한다면 내 입장에서 안하고 말겠다는 거지 뭐가 원서 무용론임?
영어 정도는 나름 읽을 수 있으니 영시 읽는다면 돈 좀 더 얹어서 원문 병기된 거 구해다가 같이 읽고 그러는데 참;; 비슷한 수준에서 묶어서 스탠스로 퉁 치는게 누가 하는 건지
됐음 나도 말 세게 했고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나간 거 반성하고 있고하니 그냥 더 말은 안하겠음. 근데 내가 원서가 의미없다는 식의 원서 무용론을 주장한다는 건 좀 왜곡같으니까 아니라 생각했으면 함. 당장 올해부터는 원서로도 읽으려고 헤밍웨이 생각 중인네 그런 소리 들으면 내가 뭐가 됨....
여전히 하려던 말이 전달된 느낌이 안 드네... 이 이상 얘기하면 내가 괜히 주제에서 벗어나서 악감정만 쌓이는 얘기나 하게 될까봐 난 여기서 줄이겠음. 윗댓대로 나도 내가 얘기한 내용들로 인해 상처받거나 기분 나빴던 부분이 있다면 사과하고.
좀 더 생각해보니 내 쪽에서 뒤로 갈수록 말을 이미 좀 심하게 하고 있었네.
그니까 한국 문학 읽자!
원서충 차단좀
와 독갤 ..소문대로 파딱들 중에 마음이 아픈애들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