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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이 책은 독서일기인데 김현이 정말 책 열심히 많이 읽어댄 사람이라는 게 잘 나타난다. 거의 매일 한 권이나 이틀에 한 권씩 읽어냄.
한국소설,한국시,외국문학 특히 고전,외국 철학서 사회과학서 열심히 읽어대며
저자에 대한 애정과 예의를 바탕에 깔고도 날카로운 통찰과 균형감각으로 가득찬 독후감들을 짧게 남겼다.
그 외엔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 등 문학과 지성 사람들과 어울려 등산도 하고, 문단 사람들도 만나고 술도 먹고...
딜레탕트의 전형같이 살았다. 감투나 돈이나 대외적 명예에는 곁눈질한 적 없는 아주 맑은 사람이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그런데 난 서울대 교수가 아니잖아. 땡! 탈락!

1989년 기록 마지막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병색이 완연한 것을 보고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는 장면이 나온다(그는 1년 뒤 죽는다). 김현은 술 정말 많이 마셨다고 한다.
집에 있을 때도 안주 없으면 라면 하나 끓여서 소주를 엄청 마셔댔다고 하니.
술병 나서 아프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성복과 대화하다가 이성복이 요즘 자동차 모는 것 하고 논어 읽기에 취미를 붙여서 사는 게 재미있다고 말 하니까 김현이 건강한 사람은 자신처럼 아픈 사람을 생각해서 건강하다는 말은 자제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속으로 씁쓸해하던 부분도 나온다.  
술만 좀 줄였으면 아직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누렸을 사람인데 안타깝다.
그가 살아있었으면 문학평론계의 최고봉 큰어른은 김윤식이 아닌 그였을 거다. 솔직히 아무리 봐도 김윤식이 지성과 문장력 면에서 김현의 무릎 높이에나 닿는 사람인지 의문이다.

1986-1989 이 시기에 한국문학은 질과 양에서 모두 풍요로웠던 것 같다. 확실히 한국문학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쇠락한 게 분명하다.  

흥미로웠던 부분
1.김훈의 글의 원천은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증오다라고 본 것(김훈이 소설가 되기 전 한국일보 기자일 때인데 김훈의 글에서 이런 점을 포착해낸 것은 놀랍다. 최근작 공터에서를 보면 김훈이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애증이 확실하게 나타나고 이것이 그의 소설의 원천임이 잘 드러난다).
2.복거일의 소설을 읽고 복거일의 환희는 어려운 영어책을 읽을 때나 영어편지를 쓰는 것에 있는 것 같다고 평한 것(복거일이 영어공용화론을 제기하기 훨씬 전이다).
3.태백산맥을 읽고 정치의식의 깊이는 김원일만 못하고 스케일은 박경리만 못하고 사랑의 애틋함을 표현하는데는 김주영만 못하다, 그러나 읽히는 책이다라고 평한 것.

세 줄 요약
1.김현은 탈조선급 지식인이자 행복하고도 불행한 딜레탕트였다.
2.술은 천재를 죽인다.
3.한국문학은 1990년대부터 망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