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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주인공은 한탸라는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노인(?)이다. 그는 폐지처리장에서 일한다. 폐지처리장은 지하실인데, 눅눅하고 퀘퀘한 그 곳은 쥐들이 서식한다. 그 음울한 곳에서 35년 동안이나 일해왔던 한탸는 일과 지하실에 익숙해지다 못해 스스로가 절어 있다고 독백한다.
구체적으로 그가 하는 일이란 버려진 책들을 압축기에 넣는 일이다. 처리된 책들은 새책을 찍는데 사용될 종이로 재생산된다. 아이러니한건 책을 폐기처분하는 일을 하면서 한탸는 책을 사랑한다는 거다. 그는 폐지 더미로 들어온 책들 중에서 일부를 건져 올리기도 한다. 그것들은 괴테나 니체 같은 책들이다. 그런 책들을 발견할때 한탸는 '공장 지대를 흐르는 혼탁한 강물 속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물고기 같다'고 한다.
책을 그렇게 사랑하면 애초에 책을 사서 보관하던지, 다른일을 하면 될거 아닌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을 알고나면 한탸를 이해할수 있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와 전쟁이 끝난후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체코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책들은 모조리 폐기된다. 그것이 인류의 보물이던 쓰레기던 간에. 한탸는 그런 책들을 빼돌리거나 모조리 읽어 머리속에 넣거나 책들을 음미하고 감상한다. 한탸는 곧 죽을 책들의 넋을 잠시나마 위로하는 장의사였고, 가끔은 책을 구원하는 쉰들러리스트였다.
소설은 한탸가 새로운 압축기가 등장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새로운 압축기는 젊은 공산주의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기존의 압축기의 차원이 다른 속도를 가진 거대한 기계였다. 한탸는 그 압축기를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기계를 운영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깔끔하고도 빠르게 책을 해치우는 모습을 보고 낙담한다. 한타는 자신의 운명이 어떤 곳으로 갈지 직감한다. 한타의 상사는 그를 항상 갈구었는데, 새로운 압착기가 나온 후에는 한탸에게 아예 손에서 일을 떼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결국, 한탸의 작업장이자 생의 터전이었던 지하실에 젊은 공산주의자 두명이 들이닥친다. 둘은 신속하고도 깔끔하게 지하실에 깔려있던 책들을 압축한다. 낙담한 한탸는 지하실에서 나와 술집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고 어느 성인의 조각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하지만 결국 다시 지하실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지하실에서 그는 책과 함께 자신을 압축기 안으로 몰아넣고 작동(초록색)버튼을 누른다.
책을 압축해 폐기처분하던 그가 책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상당히 견디기 힘들다. 늙어 쇠락해가는 피곤한 삶이 회복되지 못하고 끝내 박살났기 때문이다. 사랑한 것들과 함께 산산조각 나는 모습은 끔직하지만, 마음 한켠에선 조용하고도 거대한 감동이 피어오른다.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들은 소련이 들어선 이후 수십년동안 출판금지를 당했는데, 「너무 시끄러운 고독」 도 당시에 정식 출간되지 못했고 지하에서만 돌았다. 출판되지 않는 글을 쓴 작가와 한탸를 동시에 떠올리면 둘의 모습이 하나로 포개진다.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책을 사랑했던 사람 하나로. 옮긴이의 말마따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책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좋아하는 작가인데 새로운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을 몰랐네요.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영국 왕을 모셨지> 두 작품이 너무 대조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모두 재미있었는데, 이 책도 기대가 됩니다.
주인공 한탸가 독백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고, 책의 저자들을 상상으로 소환해내는 것도 좋았습니다. 독서를즐겨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좋아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젤 좋았음 ㅇㅇ
이 책 너무 좋았어요. 한탸에게 완전 이입이 되기까지가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어떻게 이렇게 화자의 깊은 세계를 입체적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이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