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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면에서, 형식 면에서 맘에 들었는데
1) 내용 면에서, 소설은 약간 모순적인 태도를 취함. 단편집의 제목이 된 표제작(세 번째로 수록된 단편)이자, 그 단편의 주요 소재인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는 사소한 개인이 살아온 삶의 그야말로 모든 요소들을 다 기록해 놓은 거대한 서적임. 그런데 그런 제목이 달린 단편집이면서 이 책은 장펀 소설의 분량도 나오지 않음.
오히려 나머지 8개의 단편들에서는 누군가의 인생 중 한 부분들만이 보여짐. 심지어 주인공이 시작부터 죽은 상태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백과전서라면서도 짧은 분량으로 일부만을 부각하는 내용은,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데 많은 얘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함.
마치 디테일 만을 집어내되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는, 다른 말로 "하나의 책으로 환원된 인생"이라는 소설의 미학을 보여주는게 좋았음.
2) 형식 면에서, 키슈는 서사를 두 가지로 나누거나, 편지 형식이나 보고서 형식, 신문 기사 형식을 취하는 식으로 일종의 변형을 가하는데 이게 또 재밌음.
보통 어떤 사소한 인물을 다룬다는 작품들은 대개 실패하기 마련임. 결국 서사를 끌어가기 위해 여러 사건들을 남발하다, 주인공이 전혀 사소하지 않은(오히려 무늬만 그렇고 실제론 비극의 영웅들 같은) 존재임을 보여주거든. 작가가 쓰다가 너무 이입해서 터진거지.
반면 이 단편집은 주인공을 계속해서 관찰 대상으로 두고, 심한 경우에는 아예 동일한 결말이되 그 과정을 두 가지로 나눠버리는 식으로 진행해서 이런 느낌이 좀 덜한 편임. 소설의 소재로서 중심으로 가져오면서도 주변부에 있음을 망각시키지 않는다 해야하나, 이건 읽어보면 확 와닿을 듯.
여튼, 그리 길지도 않은 소설이니 추천함. 여담으로, 포모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내용이 안 그래도 환상성이 가미된 거 같기도 함. 약간 보르헤스 느낌으로. 그런 거 좋아하면 잘 읽을 듯.
다닐로 키슈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