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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대는 거의 최초로 다양한 생물군이 발견된 시대이다. 고생대에 가장 유명한 동물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삼엽충이지 않을까. 삼엽충이라는 이름은 삼엽충 가운데 위로 튀어나온 축엽을 기준으로 양옆에 늑막옆이 마치 세개의 길다란 잎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솔직히 내가 봤을 때는 아무리 봐도 잎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고생물학자들이란 참 상상력이 뛰어난 부류같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삼엽충의 기본적인 해부학적 구조와 고생대 전기에서 후기로 지나가면서 삼엽충이 겪은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삼엽충은 오르도비스 시대를 기준으로 전기에는 다양한 종류가 살다가 오르도비스 대멸종을 겪고 잠시 그 수가 줄어들었고 다시 늘어나면서 마디와 마디가 합쳐지거나 외골격에 뿔이 달린 종류 등 다양한 삼엽충이 등장하였다.



책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삼엽충을 소개했는데 그 중 가장 독특했던 종류 중 하나가 해저에서 살던 것으로 추측되는 올레니드라는 종이다. 이 삼엽충의 눈은 거의 퇴화되어버렸으며 신기하게도 당시 산소가 부족하고 황이 풍부하던 지역의 지층에서 발견되었다. 이를 토대로 저자인 리처드 포티는 올레니드가 황 화합물이 풍부한 해저 지역에서 황을 산화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무색황세균과 공생하여 살아갔다고 추측했다. 오늘날에도 태양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빛을 통한 광합성으로 지탱되는 일반적인 생태계와는 달리, 빛도 산소도 없는 해저 너머의 가장 밑에선 해저 화산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황을 분해하며 사는 박테리아와, 박테리아를 몸속 내부에 기르며 공생하는 튜브웜이나 예티 크랩같은 종류가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생태계가 삼엽충적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삼엽충은 바다 밑바닥이나 기어다니는 종류가 전부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삼엽충에는 활발히 헤엄치며 플랑크톤같은 먹이를 찾아 무리지어 다니던 이그노스투스와 같은 종도 있다. 생각해봐라 무척 이상한 광경일것이다. 정어리떼가 몰려다니는 현재 바다 대신 쬐끄만 삼엽충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는 고생대 바다 풍경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기묘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정적일 것이라 생각되었던 고생대 바다는 의외로 무척 동적인 바다였다.



삼엽충 화석은 징글징글하게도 많으며 그 중에는 유생형태의 삼엽충도 발견됐다. 단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생물학자들은 유생이 성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역시 발견해냈다.

삼엽충은 절지동물로써 여러 마디로 이루어져있는데 하나의 마디로 이루어진 유생체에서 성장하면서 하나의 마디씩 늘어난다. 그리고 삼엽충 종류에 따라 크기와 마디의 갯수는 다르다. 일부종은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유생 형태에서 끝까지 마디를 늘리지않고 중간에 성체로 성장하도록 진화하였다. 이런 특성덕분에 이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한 삼엽충들은 비교적 작은 크기로 비어있는 생태계를 채워갔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태 ><하는 양서류 종 중 일부가 완전히 개구리로 완전히 변태 >< 하지 않고 성숙을 마치는 것과 비슷하니 이 삼엽충 놈들이 얼마나 독특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고생물학적으로 다양한 삼엽충의 모습들을 알려주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삼엽충은 고생대라는 긴 시대에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종류가 살았기 때문에 화석이 발굴된 해당 지층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지구는 자기성을 띠기 때문에 지층이 만들어질때 이 미세한 자기장에 의해 원소들이 배열된다. 이를 이용해서 해당 지층에 대한 정보, 특히 위도와 같은 위치정보를 알아내는 방법 또한 있다. 고지자극을 통한 정보와 화석을 통한 정보, 두가지 방식으로 당시 지층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는 것인데 대체적으로 이 두가지 종류의 정보는 서로 일치하였다. 그러나 한번은 고생대 아발로니아 대륙의 위치를 두고서 고지자극의 증거와 화석 증거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고생물학자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서로의 증거만 옳다고 주장했는데 후에 고지자기 측정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결국 삼엽충 화석 증거가 옳았던 것이다. 죽은 삼엽충이 산 사람을 이겼다. 이것은 삼엽충을 비롯한 화석증거의 정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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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삼엽충!!




고생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관한 것이다. 그 이전에 눈에 띄는 생물군이 존재하지 않았다가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폭발'적으로 다양한 생물군들이 진화했다는 가설인데, 이는 스티븐 굴드가 이러한 주장인 단속평형설을 주장함으로써 유명해졌다. 그러나 저자인 리처드 포티는 굴드의 단속평형설에 반대한다. 그는 삼엽충이 갖고있는 특징을 통해 분지론을 가지고 동시대의 다른 동물들의 특징을 비교하며 계통수를 추적해나갔다. 포티는 이를 통해 삼엽충은 급작스레 진화한 절지동물의 조상들이 아니라 고생대 이전에 이미 등장했던 절지동물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나온 현생 절지동물의 친척이라고 주장한다. 포티는 단속평형설의 또다른 반례로 플랑크톤의 일종인 요각류를 예시로 드는데, 요각류는 절지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가 작아 화석으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포티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자체를 부정하며, 마치 포유류가 중생대 공룡이 멸종했을 때 빈 생태계를 채우기 위해 급격하게 몸집을 증가시켰듯이 선캄브리아기에 이미 다양한 동물군으로 진화한 동물들이 캄브리아기에 몸집을 키우며 등장하여 마치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 단속평형설과 포티의 이론, 어느 쪽이 맞는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는 포티의 판정승으로 보인다. 굴드의 단속평형설은 당시의 화석 공극을 잘 설명했으나 가장 큰 문제로는 그의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삼엽충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억년 전에 멸종해버린 종, 돌로 밖에 볼수 없는 벌레들을 봐서 뭣할 것인가. 결국 고생물학이란 죽은 자식 부랄 만지는 학문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삼엽충을 통해, 화석을 통해, 당시의 지층을, 지구의 환경을 알 수 있다. 시대에 따른 생물의 진화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과학자득이 수백년간에 걸쳐 모아온 아주 소중한 정보들이다. 고생물학은 결코 헛된 학문이 아니다. 현재 과학을 뒷받침해주는 아주 든든한 학문이다.


그러니 제발 고생물학 고생대 책 좀 더 출판해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