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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첫 완독

빛의 톨킨 어둠의 러브크래프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세계는 잔인하다.

이 단편집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좋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러브크래프트가 리얼리즘을 추구하는지 건물묘사가 너무 많이 나온다. 그 배경이 되는 건물 설명하는데에만 한두페이지 쓰기도 한다. 인물간의 대화는 거의 없고 상황묘사나 심리묘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조금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분위기, 예를 들자면 오래된 마을의 버려진 건물 속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현상 또는 고대 폐허 속에서 발견한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같은 어둡고 칙칙하고 축축하며 친절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이 분위기에 한번 빠지게 되면 갑자기 전집 7권 세트를 사고싶어진다. 나도 소설 중후반 쯤에 이 분위기에 왠지모르게 빠져들었고 이제 돈이 좀 모이면 전집을 사서 자기 전마다 조금씩 읽어보려고 한다. 소설의 형식이 대부분 보고서나 진술서 느낌이고 대화가 거의 없다보니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한번 적응하고 나면 크툴루 신화라는 것에 몸을 담구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다.

나는 처음에 고대의 공포나 무자비한 신들, 어둠의 마법 뭐 이런걸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읽어보니 그냥 억지로 공포를 조장하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편지를 몇문단 읽고 그 내용이 너무 공포스러워 기절을 했다는 사람이나 인신공양의 현장을 보고 기절한 경찰관이나... 그 때 당시의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미디어를 통해 잔인한 것을 많이 접하다 보니 저런걸로 기절하고 정신이 나가고 미치고 하는 것에 영 공감이 가질 않았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그 크툴루 신화의 신들이 나오는 단편집은 느낌이 좋았다. '크툴루의 부름'의 크툴루나 '벽 속의 쥐'의 니알라토텝 그리고 '금단의 저택'의 아자토스. 사실 얘네들 볼려고 산 책이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 보다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저 신들이 인물들에게 말을 걸거나 직접적으로 무엇을 하는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러브크래프트 작품을 '크툴루 신화'라는 체계로 만든 것은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아니라 그의 동료작가인 어거스트 델레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단편집을 읽으면서 왜 러브크래프트에게 '어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맛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 덕분에 전집에 대한 흥미도 생겼고. 입문으로써는 굉장히 좋은 책인 것 같다. 무엇보다 번역이 굉장히 매끄럽다. 크툴루 신화나 러브크래프트 작품들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