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드루리 레인 시리즈:『X의 비극』-『Y의 비극』-『Z의 비극』-『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
추리 소설에서 탐정의 매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나는 개인적으로 독자들에게 충분한 추리 기회를 주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거진 탐정의 매력으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추리 소설 - 이를테면 이 방면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작품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범적인 추리 소설에는 다소 엇나가 있을지라도 홈즈는 추리 소설계에서 남다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임을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하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 내에서 구축된 홈즈의 확고부동한 위상 때문에, 추리 소설에 아무리 정교하고 설득력 있는 트릭이 스며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트릭을 풀어나가는 탐정의 매력이 다소 부족한 편이라면 훌륭한 추리 소설로 인정받지 못하는 관점도 쉽게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고히 자리잡았다. 내가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아오사키 유고의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역시 트릭의 질과 트릭을 제공하는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탐정인 덴마의 매력은 조금 떨어지는 평을 받는, 앞서 언급한 케이스에 완벽히 부합하는 시리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장하는 것처럼 트릭의 완성도와 탐정의 매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중요시하는 관점으로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를 평가할 때, 일단 작가인 퀸의 특성상 트릭의 완성도는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애초 그들이 쌓아올린 명성의 대부분은 트릭의 완성도와 연역적 추리로 이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 개중에서도 시리즈 전반부인 『X의 비극』과 『Y의 비극』의 트릭과 묘사는 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기로 손꼽힌다. 탐정의 매력은 어떤가? 시리즈 전반에 활약하는 탐정 드루리 레인의 매력은 별의별 기인들이 넘쳐나는 '탐정'이라는 직종에서 매우 개성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편이다. 은퇴한 노배우, 노년의 하인들을 거느리는 갑부, 분장의 달인, 청각 장애인, 독순술 사용자, 중년 내지 노년의 신사 등이 모두 드루리 레인 한 명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며, 작중 활약은 레인을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의 활약을 합쳐도 레인에게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비춰본 결과, 퀸의 '드루리 레인 시리즈'는 추리 소설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비극 시리즈', 즉 '드루리 레인 시리즈'는 레인이 60대인 전반부와 70대인 후반부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10년이 넘는 세월의 간극이 작중에 존재하기 때문인지 등장인물의 성격도 전반부에서 묘사되는 것과 후반부에서 묘사되는 것이 사뭇 다르다. 그리고 보통 후반부에 해당하는 두 작품이 전반부의 두 작품보다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드루리 레인이 활약한 총 4개의 작품 중 1,2편에 해당하는 『X의 비극』과 『Y의 비극』은 국명 시리즈 몇몇 편과 함께 퀸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고, 반대로 3,4편에 해당하는 두 작품은 이 책들을 추천하는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평균 내지 평균을 밑도는 평가를 받는다. 난 레인의 말년을 묘사한 두 권 중에서도 특히 『Z의 비극』은 먼저 출간된 두 작품의 허리께에도 미치지 못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화자로 앞선 두 사건에서 드루리 레인에게 큰 도움을 받았던 섬 경감의 딸, 페이션스 섬(이하 패티)을 추리에 재능이 있는 젊은 인물로 등장시켜 기존의 레인에게만 집중된 사건 해결이라는 서사를 약간은 다른 양상으로 이끌어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부족한 추리력과 캐릭터성은 추리 소설의 전체 분량을 이끌 역량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작품의 초반부 자존감 넘치는 당찬 여성이라는 특출난 것이 없는 개성을 강렬하게나마 보여줬던 패티는 점점 작품이 진행될수록 개성은 분량과 함께 줄어들었으며, 추리력이라는 영역에서도 전혀 특출함을 보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결국 『Z의 비극』의 중후반부에서는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레인의 독무대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 전개한 추리 요소에서 그녀를 완전히 배제하고 진행하더라도 작품의 결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패티는 탐정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에 완벽히 실패한 인물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에서는 드디어 레인을 뛰어넘는 추리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때는 레인이 추리에 몰두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패티가 레인을 뛰어 넘었다고 보는 것보다는 레인의 추리력과 행동력이 감퇴해 패티에게 뒤처진 듯한 인상을 줘 패티라는 인물이 레인의 자리를 말끔하게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없었다. 작품 외적인 사정도 존재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레인이 퇴장한 이 시리즈도 더 긴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레인과 함께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탐정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으로 아쉬운 점을 배제하더라도, 후반부 작품들에서는 앞서 구축된 레인의 캐릭터성의 묘사와 추리 과정의 전개에서도 아쉬움이 엿보인다. 'Z의 비극'의 바로 전작인 『Y의 비극』에서 사람 개개인을 최대한 존중하고 다소 불가피했던 '비극'에 같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한 레인은 『Y의 비극』에서 얻은 상념 때문인지, 혹은 긴 세월이 지났기 때문인지 『Z의 비극』에서는 보다 완벽한 추궁을 위해 전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직간접적인 원인 제공을 했으며, 사람의 죽음에 대한 후회와 회한도 전작에 비해 너무 가벼웠다. 『Z의 비극』에서 나타나는 추리 과정 역시 작품의 극후반부에 집중되어 급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에 범인의 동기와 사건의 지엽적인 부분에서의 명확한 근거가 크게 조명되지 못한 부분도 몰입감을 해치는 요소이다. 레인의 이러한 변화는 극적이지도 않았고, 나름 변화의 이유도 탄탄하게 정립되어 있기 때문에 설정 오류라고 볼 수는 없지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게 된 레인의 매력이 변화 전보다 쭈그러들었다는 인상을 반박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앞의 두 작품과 뒤의 두 작품의 평이 상당히 갈리는 이유를 트릭의 완성도에서만 찾는 것은 올바른 방향의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남을 명작이라는 고평가를 받는 작품들은 트릭 이외의 요소에서도 트릭만큼의, 혹은 그 이상으로 확실한 장점을 지닌 특징이 무조건 존재한다. 퀸의 작품들 중 가장 높은 평을 받는 『Y의 비극』을 예로 들자면, 음습한 작품의 분위기와 그에 맞는 씁쓸한 결말이 내재된 트릭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동시에 범인을 비교적 쉽게 특정할 수 있고, 트릭들 중 가장 소름끼치는 여운을 선사하는 부분이 비영어권 독자들에게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탓에 트릭이라는 요소가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 작품이 받은 찬사는 후속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나는 다름 아닌 후임 탐정의 매력 부족이 이유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새 탐정은 레인을 능가하지도 못했고, 레인과 대립하지도 않았으며 본연의 캐릭터성도 평이했다. 독자들이 레인의 열화판을 레인보다 사랑하고 아낄 것이라는 예측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보다 가능성이 떨어진다.
퀸의 ‘드루리 레인 시리즈’는 출판 당시 퀸의 이름이 새겨지지 못했다. 당대 다작하는 작가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업계에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에 일찍이 퀸이라는 인물을 면전에 내세운 것처럼 두 사람은 버나비 로스라는 인물을 새로이 창조해 ‘드루리 레인 시리즈’의 작가로 둔갑시켰다. 이 시리즈가 이룬 성공에 비해 작가의 부족한 유명세가 발목을 잡아 수익이 생각만큼 나지 않자 결국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로스와 퀸이 같은 사람들의 필명임을 밝혔다는 속사정이 있지만, 만약 『Z의 비극』이 앞선 두 작품만큼의 고평가를 받았더라면 아마 시리즈를 이렇게 쉽게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버나비 로스라는 필명을 유지하든,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퀸이라는 ‘브랜드’ 하에 이야기를 전개하든 어떤 방식으로라도 레인의 노년을 보다 유능하고 풍성하게 묘사했을 것이라는 상상이 더더욱 이 시리즈의 말로를 아쉽게 한다 ‘드루리 레인 시리즈’는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했고, 동시에 작품 외적인 이유로 높은 평가로 발돋움하는 것을 도울 발판조차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남는 시리즈였다..
사실 다른 것보다 이 시리즈는 반전이 좋았음. 갠적으로 최후의 사건이 좋았던 이유도 반전이 대단해서 ㅋㅋ
난 Y 특유의 씁쓸한 분위기가 가장 좋았음 ㅋㅋ 내가 개인적으로 순서는 Y-X-최후의 사건-Z 순이었음 최후의 사건도 괜찮았지만 앞의 두개가 워낙 좋았어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