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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서머싯 몸의 3부작(?) 혹은 대표적인 작품 셋, <달과 6펜스>, <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를 모두 읽었다. 제일 유명한 작품은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한 <달과 6펜스>이고, <인간의 굴레에서> 역시 <달과 6펜스>와 더불어 잘 알려져 있다. <면도날>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달과 6펜스>가 역시(?) 제일 재미있었다. <면도날>도 감명 깊게 읽었다.
<인간의 굴레에서>는 사실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1권에서는 서머싯 몸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재미있게 잘 읽혀졌지만, 주인공 필립 케어리의 질질 끄는 듯한 인생 역정을 따라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질질 끌면서도 꾸역꾸역 나아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필립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생이자, 삶의 굴레이다. 그 누구의 삶도 대로를 유쾌상쾌통쾌하게 질러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저마다 굴레를 지고 꾸역꾸역 살아진다.
소설은 필립 케어리의 일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간군상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필립 케어리의 주변 사람들 같은 모습을 자신으로부터, 친구, 가족, 동료로부터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필립 케어리를 포함해서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필립은 페르시아 양탄자로부터 인생의 의미를 발견한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이 인간을 구속하는 굴레가 되며, 각자의 조건에 맞게 나름의 무늬를 짜 나가는 것 자체가 인생이다. 인생에 의미 따위는 없다. 양탄자를 짜듯이 그저 매 시간시간, 하루하루를 꾸준하게, 꾸역꾸역 살아나가면 된다. 의미를 찾으려 방황하는 동안 삶은 의미에 속박되고, 삶의 의미라는 것도 결국에는 발견하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에서 해방되어야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방황은 마침내 삶의 무의미성을 발견함으로써 종결된다.
삶의 무의미성을 발견한다는 생각은 불교적 관념이다. 기독교 전통에서 성장한 서머싯 몸이 이러한 나름의 진리를 발견한 데에는 당시 동양으로부터 전해진 새로운 사상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을 것이고, 산업혁명으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세상의 모습이 변하면서 전통적 관념으로부터 탈출하는 일을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로부터 영향을 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도 필립 케어리는 종교와 학교를 거부하고 있으며, 대화 중에 허버트 스펜서와 같은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면도날>에서 주인공은 인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서머싯 몸의 모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몸의 삶에 대한 통찰은 어쩌면 리처드 도킨스를 닮았다. 아니지, 반대로 도킨스는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은 것이 분명하다. 삶에 의미란 없으며 그저 페르시아 양탄자의 무늬를 짜나가는 행위 자체와 같다는 몸의 사상은, 생명체에 의미란 없으며 그저 유전자의 복제 자체가 목적이자 의미라는 도킨스의 생각과 유사하다. 도킨스가 위대한 과학자인 이유는 단지 그의 과학적 발견이 대단해서만이 아니라(물론 대단하지만), 그 발견이 인간의 삶을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해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삶의 본질은 페르시아 양탄자의 무늬를 짜듯 유전자를 복제하는 그 '맹목적성'과 '무의미성'에 있다.
서머싯 몸은 삶의 무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무의미한 하루하루의 감옥에 갇힌 기분이다. 나에게 삶의 무의미성이란 오히려 삶의 동력을 상실하게 하고 그저 하루하루가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만든다. 무의미한 삶 속에 갇혀 있음에도 나는 탈출하지 못한다. 탈출이란 의미를 찾거나 죽음에 이르는 것인데, 몸이 말한 대로라면 그 의미란 것은 결국 없는 것이니, 결국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죽음에 이르는 수밖에 없다. 난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
몸은 그냥 단순히 인생이 무의미하다는게 아니라 각자 나름의 무늬를 직조해나가자는 의미같은데...너무 문자 그대로 해석한거 아닌가?
난 달과6펜스 면도날 읽엇는데 달과6펜스가 ㄹㅇ 꿀잼 그거때문에 미술공부도함 ㅋㅋ
잘 나가다가 마지막 문단에서 잉!?
내가 좀 우울한 상태에서 읽고 쓴 거라 그러함. 근데 지금도 그래.. 물론 몸이 말하는 건 이런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독자에게도 해석과 감상의 자유는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