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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갤에 서평이벤트를 열어주신 더숲 출판사께 감사드리고, 다른 분들에 비해 서평 작성이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ㅜ



‘녹색동물’이란 표현은 어떨까? 우리는 식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식물은 동물과는 달리 움직일 수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익히 배운 이 사실은 식물은 동물에 비해 수동적인 존재라는 선입견을 만들었다. 

한 번 뿌리를 내린 식물은 스스로 자리를 옮길 수는 없으나 식물이 영원히 그 자리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식물, 아니 녹색동물들은 그야말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전세계를 누벼왔으니 말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우리가 왜 식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지를 지적한다. 식물과 동물은 모두 생물이지만 판이하게 다른 생명체다. 

우리는 식물을 동물의 잣대로 분석하려 한다. 그래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식물의 특성으로 본다. 

하지만 어떤 식물이 어떤 방법으로 생장하고 전파하는 지를 알게되면 이들이 정말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동물들은 생각치도 못한 방법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은 “원하는 곳에 뿌리를 내리거나 고착할 수 있는” 존재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식물이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 극히 일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정 장소에만 자랄 수 있는 식물이 어떻게 먼 바다를 넘어 기후와 식생이 다른 대륙에 정착했는지를 보면 식물은 직접 움직일 순 없어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삶의 터전을 넓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3장) 

방사능 유출, 원자폭탄같은 재난, 사막, 극지, 화산 등의 극한의 자연환경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도 자라는 식물이 존재하니 말이다. (1,5장)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뚫고 생명을 틔우는 식물들의 생존력은 경이롭다는 말만으론 설명하기가 힘들고 (4장), 제아무리 생존의 귀재인 식물이라도 전파방법과 시기를 잘 타고 나지 않으면 멸종하고 만다는, 생물의 지속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결코 간과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6장)


평소 내가 아는 식물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과학을 제대로 배운 것은 고등학교 공통 과학이 마지막이었다. 모르는 분야에 접근하는 낯섦은 있었지만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 되는 유익함이 더 컸다. 

사실 이 책은 과학책이라기 보단 역사책, 아니 어린 시절에 읽던 이야기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던 모험에 관한 두근거림은, 우리 주변의 식물이 간직한 이야기 안에 있으니 말이다.



생물의 핵심은 다양성이라고 믿는다. 온갖 생물이 상호작용하여 살아가는 생태계에서는 한 종류만 멸종하더라도 그것이 예기치 못한 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식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래서 우리가 자신을 마주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은게 아닐까? 

사람들이 식물에 동물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서글프다는 어느 식물학자의 푸념은 이제 좀 줄어들 것 같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식물에도 애정어린 눈길을 보낼 것이라 확신하니까. 




p.s. 책에는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식물의 정확한 사진 대신 그 식물의 잎이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그린 삽화가 실려 있다. 이런 점이 이 책을 더 이야기책처럼 읽히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양장 표지 뒤의 내지는 연두색, 책의 목차, 표제와 각주에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초록색과 갈색이 쓰여 편집의 꼼꼼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보충 설명을 해준 역자와 검수자의 배려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