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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읽어봤는데 난 그냥 그랬다. 뭐 요즘 말로 가슴이 웅장해졌던 기억은 없다.

근데 올해가 도끼 탄생 200주년이라니까 아직 책이 집에 있길래 다시 한 번 읽어봤다.


1.

사람이 온정신을 유지하려면,

채광이 되는 깨끗한 방에서, 맛있지는 않더라도 따스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기를 사랑해주는 정상적인 사람과 교류를 가져야 한다.

방구석에서 책만 읽고 디씨질만 하는 너한테 하는 말이다.


2.

도끼 소설은 <죄와벌>만 읽어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소설은 아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어떤 주장을 위해 만들어진 느낌을 주는 소설 별로 안 좋아한다.

근데 <죄와벌>은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어떤 주장을 위해 만들어진 느낌을 준다.

심지어 대 놓고 자기의 주장을 상대방(또는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영향을 끼치기 위해 작중에서 계략과 함정을 파기 일쑤다.

더군다나 (당시) 러시아 인물들이 정말로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의 감정선이 너무 널뛰는 느낌인데

그게 지금 내 기준으로는 굉장히 어색하다.

모든 인간들이 다 헛소리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급발진하고 정색하다가 바로 다음 대사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물론 그 중 상당부분은 앞서 말한 계략과 함정의 일환이긴 하지만 말이다)


3.

그래도 장점은 일단 모든 등장인물이 하고 싶은 말이 충분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도끼는 참 하고 싶은 말(이야기가 아니라)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느낀다.

아마도 도끼가 요즘 시대에 태어나서 글을 썼으면 맥시멀리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DFW 같은 포모소설을 썼을 것 같다)


4.

가장 좋았던 장면은 주정뱅이의 추도식 장면과 듀나의 고용주였던 사기도박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5.

올해가 가기전에 한편정도는 더 읽고 볼 생각은 있다. 하지만 카라마조프는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