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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슴이 웅장해지는 소설을 봤다. 서사, 문체, 구성, 주제의식 뭐 하나 빠지는게 하나 없음. 여러 인물들의 생애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방대하고 폭넓은 서사, 처연하고 유려한 문체, 잘짜여진 이야기 구조, 자칫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전쟁의 비극을 정말 세련되게 표현함.

이 작품의 놀라운 점은 서양인들에게는 조금 애매하거나 어렵게 느껴지거나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 일본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해, 그리고 전후일본인들의 죄의식이나 전쟁 태도에 대해 꽤나 통찰력 있는 묘사를 보여줌. 이런 면에서 보면 꽤나 잘쓴 심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포로수용소에서 간수로 일했던 조선인 최상민이라는 인물도 나오는데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이 인물의 작중 심리 묘사를 쭉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조선-일본 문제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거나 지레짐작으로 글을 쓴 거 같지는 않더라.
전쟁이 끝나고 조선인, 대만인 전범들은 다 처형 당하는데 일본인 전범들은 무사히 풀려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음. 포로들을 잔인하게 줘패고, 죽이는게 특기였던 일본 군인들이 어떤 합리화로 자신들의 과거를 정당화하는지도 눈여겨볼만 함.

마지막으로 내가 이 작품에 감탄한 점은, 정말 떡밥 회수를 기가 막히게 함. 자잘한 설정들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나중에 다 써먹음. 솔직히 난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정말 잘 짜여진 구성의 소설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새삼 다시 깨달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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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즈메이니아섬의 호메로스'라는 뻑적지근한 수식어가 붙는데 솔직히 좀 오바일 수도 있겠다만 이렇게 불러도 ㅇㅈ. 그밖에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라는 평가도 있던데 뭐 역시 쵸큼 오바라고 생각하지만 다 읽고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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