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p. '일상적인 경험을 초월한 이 병의 비밀을 누가 파헤칠 수 있을까? (중략) 죽음과 부활 사이의 혼수상태에서만 드러내는 마음의 그림자를?'

-62p '폐허의 도시의 집들 속에 한 때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그들의 뼈는 오래전에 썩었고 그들의 몸을 이루었던 원소들은 어쩌면 지금 파란 나팔꽃 속에서 또다른 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64p '내가 발견한 세계는 평온하면서도 매혹적이고 정교한 색으로 가득찬 세계였다. 그때 내 생각의 실이 토막토막 끊어져서 색과 형태들 속에서 흩어졌다'

-96p. '하긴 몇날 며칠이 나에게 의미가 있겠는가. 나에게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자에게 시간은 무의미하다. 이 방은 내 존재의 무덤, 내 마음의 무덤이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하나의 정해진 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물들의 삶에 넘치는 소란함과 가식이 내게는 무의미했다. (중략) 내 안에 존재하는 세상, 미지의 세계가 있었다. 나는 그 세계를 구석구석 탐구하고 싶었다.'

-112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타인들의 모든 행위, 모든 행복이 나에게 구토를 일으켰다. 나 자신의 삶이 끝나간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꺼져가는 것을 나는 자각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내가 그 멍청이들, 속물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단 말인가? 그들은 원기왕성하고, 잘먹고 잘 자고, 잘 성교하는데. 나의 고통을 눈곱만큼도 겪지 않은 자들인데. 시시각각 죽음의 날개가 얼굴을 건드리는 느낌을 맛본 적도 없는 자들인데'

우울함의 극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