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홍정욱 에세이, 홍정욱, 위즈덤하우스, 2021.

올해 나온 홍정욱의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아마 공부 좀 했다 싶은 사람들은 홍정욱의 7막 7장을 읽지는 않았어도 여러 경로로 들어보기는 했을 것. 나는 읽어보진 않고 최근 들어 홍정욱 SNS의 컬트적인 매력에 빠진 편이라 어제 읽고 지금 독후감을 남긴다.

책은 총 50가지 단락들로 구성돼있다. 왜 하필 50인가는 홍정욱 본인 나이가 50이기 때문. 매 단락은 본인이SNS(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쓴 글 중 한 문장을 발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난 벌써 메타적인 재미를 느꼈다.


'들어가며'에서 "나는 10대에 미국으로 떠났고, 20대에 법조계와 금융계와 스타트업을 거쳤으며, 30대에 언론 사주와 국회의원의 옷을 입었고, 40대에 그 옷을 벗고 환경과 경영에 전념했다."로 시작한 책은 '나가며'에서 "나는 열다섯에 한국을 떠나 미국을 배웠고, 스물셋에 미국을 떠나 중국을 배웠으며, 스물아홉에 직장을 떠나 기업을 배웠고, 서른여덟에 기업을 떠나 정치를 배웠다. 이제 정치와 기업을 떠나 인생과 세상을 배운다."로 마무리된다. 이 엄청난 자의식의 향연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시작부터 끝까지 죄다 이런 식이다.

심지어 본문에서 중국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 1년만에 중국을 떠났고 중국보다 미국에서 중국에 대해 배운 게 많으며 시진핑과 만났을 때 베이징대학 출신이라는 소개가 부끄러웠다고 해놨으면서 떡하니 중국을 배우긴 뭘 배웠다고 써놨는지...ㅎㅎ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캐릭터는 전형적인 신실한 미국 기업인 정도다. 나는 나의 길을 가며 사람은 항상 도전하고 자신은 갈고 닦아야 하며 자유시장경제를 신뢰하고 하나님을 믿고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하고 마지막에는 인류 보편의 문제 해결을 위해 투신하는 ㅇㅇ 정치적으로는 이명박근혜 정권때 지금의 국민의힘 쪽 국회의원하면서 꽤나 데인 경험으로 그쪽 부류엔 호감이 없고 외려 노.무현 김대중에 꽤 선호하는 뉘앙스를 보인다. 채식과 환경 관련 책을 읽고 곧바로 그다음날부터 채식주의자가 됐다는데 여러모로 자기 신념이 철저한 사람이긴 하다.

사진은 본문의 마지막 장이다. 이외에도 50가지 얘기가 끝날 때마다 사진이 하나씩 들어가는데 자기 얼굴이 안 들어간게 단 여섯 장이다. 하기야 기후위기를 말하면서 "내 추억이 깃든 아름다운 섬들"과 "내 버킷리스트"인 "티벳과 네팔, 아마존"이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니... 뭐 그런 얘기할 수도 있는데 죄다 그런 식이란게 문제다. 그래도 그나마 책이나 기후위기, 채식 얘기할 땐 자의식이 사라지는데 음악이나 미술은 그렇지 않다. 참 신기한 사람.

이 주체할 수 없는 자의식을 제외한다면 사람에 따라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자의식을 제하고도 딱히 매력은 못 느끼지만.. 그래도 비꼼의 의미없이 대단한 사람인 건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