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일 2020/10/23


- 94일차 2021/01/24


- 오늘 읽은 책


1. 수용소 군도 3권 - 알렉산더 솔제니찐 - 열린책들, 김학수 역

214p ~ 293p - 80p




-94일차, 꽤 읽었다 생각했는데 80페이지네



수용소 군도에서 죄수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 아니 죽음을 향해 어떤 길을 걸어다녔는지..

아니..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 끝에 기다리고 있는 죽음을 향해 어떤 모습으로 기어갔는지..


당국의 건설 작업을 위하여, 당국의 경제 원조를 위하여 벽돌 같지도 않은 벽돌을 쌓고, 썩어빠진 목재를 벌채하고

광산에서 점토흙을 파내고, 광물을 파내는 그 죄수들의 모습은 실로 끔찍하다.


그 죄수들은 누구 였는가, 강간범? 살인범? 흉악범? 도둑? 사기꾼? 잡범? 테러리스트? 탈영병?

아니 그들은 모두 스탈린의 자비로 석방되었다.


전쟁터에서 용감히 싸우다 포로로 잡혀있던 포로들, 병사들을 지휘하던 장교들, 지식인들, 학생들이었고,

남편이 죽어 남은 배급권을 자신의 아이와 나눠쓰다 사기죄로 들어온 여인, 

일할 사람이 없어 공장에서 일하다 배고픔 때문에, 가난 때문에 빵하나 양말 하나를 훔쳐 10년형을 받은 여인들이었다.


그 중엔 열혈한 공산당원도 있었다. 그녀는 8년형을 받아 복역 중 이었고, 한쪽에서 허리가 부러져라 목이 꺽여라 작업을 하던 여인들을 당연하다는듯이 쳐다보며

그녀 자신도 수용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다만 그녀가 그 수용소의 간부로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이 '적'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당국에서 자신의 의사를 들어줄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솔제니친은 그녀 밑에서 한쪽 팔이 불구가 된 남자와 점토 흙을 파내 수레에 옮겨 이송하게 되었다. 

수레를 지탱하는 철로, 그 철로를 지탱하는 판자는 썩어서 부서지고 있었고, 점토흙은 군데 군데 보이지 않는 늪이 되어있었다.

발 디딜곳 없는 곳에서 두 사람은 맨손으로 흙을 퍼 담았다. 비가 오는 날에도 작업은 멈추지 않았고, 비가 내리는 대로 작업을 했고, 

맞는 대로 젖은 옷을 입고 돌아와 그대로 잠을 잤다. 식사는 거의 찌꺼기 수준.


이곳에서 아프면 둘 중 하나다. 노동을 정당하게 열외하거나, 죽거나.

붕대를 감고 뜨거운 물을 부어 팔에 화상을 입히고, 밖에서 맨손으로 간단하게 동상에 걸리고, 장화에 오줌을 눈채 신고 나가고, 일부러 발을 접질리고

담뱃잎을 닳여 마시고, 찻잎을 태워 들이마셨다.


운이 좋으면 열외행, 운이 나쁘면 그대로 무덤행이었다.


장티푸스, 설사는 자신의 모든 흥미와 관심을 끊어버리고 인간으로서 살지 못하게 한다. 산채로 썩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똑똑한 관찰자는 죽음을 관찰하고는 이도 살지 못할 더러운 옷들을 챙겨입고, 형사범들에게 덜 맞기 위해 더 소리를 지르고,

죽은 자들에게서 두꺼운 옷을 빼앗아 챙겨 입어 충격을 줄였다. 하지만 수용소에서 자신이 입고 있는 옷 외 여분의 옷은 없다. 그렇다면 여름에는 어쩌지?

여름 보다 겨울이 길기 때문에 괜찮다. 빼앗기면 어쩌지? 입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소련 당국은 인력을 최대의 노동자원으로 생각했다. 식량을 더 주는것도 자원 낭비다! 휴식도 노동력 낭비다! 하지만 일을 더 하지 않는 것은 반소비에트적 범죄다!

그리고 오로지 노동만이 범죄자들을 교화 시킬 수 있다! 그러니 죄수들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노동을 시키나?

식량을 끊고, 몽둥이 찜질을 한다. 꽁초를 주으려는 자는 바로 총살해버린다. 그들의 죄도 그렇게 만들어졌는데 노동이라고 불가능할까


그러나 형사범들은 반소비에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아니므로 석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범들은 당의 적, 계급의 적이므로 석방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노동으로도 그들을 교화시킬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왜 그들에게 노동형이라는 벌을 내렸는가?

그렇다, 소련을 지탱하는 나사의 일부가 되어 그 모래성 같은 왕국을 지탱하다 죽으란 것이다.


수용소 군도는 철저하게 사회주의적 이윤 원리를 따랐다. 낭비는 없다. 허락된 석방은 오직 죽음 뿐.


도스토예프스키가 지냈던 수용소는 그렇지 않았다. 그곳은 천국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구원도 있었다.


수용소 군도에서도 온갖 악인들의 죄가 용서받을 때, 정치범만은.. 즉 이 글을 보고 있는 바로 당신은 절대로 형을 마치기 전까진 수용소를 나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레닌이 만들고 스탈린이 적극적으로 적용했던 제58조의 변증법적 확대해석에 의해 죄가 규명된 정치범이니까.


이런 이야기는 아무도 들려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모두 죽었으니까.


하지만 솔제니친은 수용소에서 아주 아주 비밀스럽게 존재하던.. 용의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은 수용소 관찰자의 기록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솔제니친과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솔제니친은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저 용이 이 수용소의 진실을 그저 삼켜버리고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다.


이런 이야기를 솔제니친이 들려주었다. 왜냐하면 살아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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