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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발렌티, 그런 이중잣대는 사양합니다, 두시의나무, 2018.

언제부턴가 이중잣대라는 말보다 내로남불이 더 익숙해졌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도 이중잣대가 아닌 내로남불로 치환하니 더 찰떡인 것만 같다. 뭐, 내로남불이든 이중잣대든 줏대가 없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니깐 동의어나 마찬가지라 여기겠다.

책은 남성과 여성을 향한 고정관념 50가지를 얘기한다. 왜 하필 50인 이유는 홍정욱과 달리 별 뜻이 없는 듯하다. 50가지 전부를 다 얘기하긴 그렇고 몇 가지 특색있는 것만 소개하며 얘기해보겠다.

“01. 여자는 ‘헤프다’, 남자는 ‘정력 좋다’”

이거야 뭐 다들 알지 않는가. 걸레라는 단어가 젠더에 따라 쓰이는 비중만 봐도 알 것이고 중고등학생 때 섹스를 해본 학생이 동성 학생들로부터 젠더에 따라 어떤 다른 취급을 받는지는 학교 다니면서 보아왔지 않는가.

“06. 소년은 ‘운 좋은 놈’, 소녀는 ‘롤리타’”

미성인과 성인과의 성관계와 관련해 미성인의 젠더에 따라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다들 알지 않는가? 뉴스나 커뮤니티 댓글에서도 소년 피해자에 대해 부럽다는 댓글들을 종종 보지 않는가. 만약 소녀 피해자였다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14. 남자는 화내는 중, 여자는 생리 중”

생리 드립은 적어도 개인적으로 존나 친한 사이에서나 성립 가능한 드립이라 생각한다. 어떤 여성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다고 해서 “저년 생리하네”라는 발언 군대에서 여간부들 상대로 참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게 곧이 곧대로 남간부들한테도 ‘생리질’이라는 용어로 번져나가긴 했지만.

“16. 남자의 털은 남성적인 것, 여자의 털은 지저분한 것”

난 어렸을 때 여자는 겨드랑이 털이 안 나는 줄 알았다. 티비에 나오는 여자 겨드랑이 털은 개그우먼들이 우스꽝스럽게 과장되어 붙여 나오는 것만 주야장천 나왔으니.. 요즘은 남자 아이돌들도 겨털 밀더라. 취향 차이겠지만 나는 그게 더 말끔해서 보기 나았다.

“21. 게이는 혐오의 대상, 레즈비언은 성적 판타지의 대상”

왜 헤테로남성들은 게이는 그토록 싫어들하면서 레즈비언은 자신의 좆맛을 못 봐서 그렇다니 보빔이니 입방아를 찧어댈까? 그들은 동성애가 아니라 남성의 동성애만 싫어하는 게 아닐까? 이거 완전 남혐 아닌가?

“과묵한 남자는 진지하고, 과묵한 여자는 쌀쌀맞다”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그럴 듯하다. 과묵함이라는 특성이 젠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

“37. 남자는 섹시한 동시에 똑똑할 수 있고, 여자는 둘 중 하나”

뇌섹남, 뇌섹녀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전자의 사용 빈도가 월등하지 않는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금발 멍청이녀, 안경 단발 너드녀 같은 게 대표적인 예시라 하겠다.

“43. 남자가 잘하면 공처가, 여자가 잘하면 당연지사”

아마 이건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심할 테다. 나는 옛날부터 공처가라는 말이 참 이상하게 쓰이고 있다고 여겼는데 방송에서도 그렇고 실제 어른들 대화에서도 그렇고 남편이 아내에게 잘해주면 그걸 가지고 공처가라 놀리곤 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지금은 그런 게 훨씬 덜하지만 아직도 이런 관념이 사라지진 않은 듯 하다.

이외에도 많은 고정관념들이 등장하는데 대개 동의하지만 몇몇은 미국의 실정에 따르는 지라 한국의 실정과는 거리가 있던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보편적인 얘기였다. 나는 이와 같은 젠더에 따른 고정관념이 비단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족쇄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남을 떠나 우리 사회의 가치 있는 영혼들로 하여금 그 가치를 자신의 젠더에 국한되게끔 하고 있지 않은가. 그중에는 유명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처럼 발레를 하고 싶은 남자도 있을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것과 상관없이 개인을 우주에 딱 하나 존재하는 특별한 개인으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