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일 2020/10/23
- 95일차 2021/01/25
- 오늘 읽은 책
1. 수용소 군도 3권 - 알렉산더 솔제니찐 - 열린책들, 김학수 역
293p ~ 329p - 37p
-95일차,
수용소에서 지내던 여자들의 일상 풍경은 지금껏 읽어왔던 남자들 묘사와는 참 느낌이 달랐음
물론 거기서도 시기와 질투, 남자들의 주먹다짐과는 다른 형태의 권력 있었고, 역겨운 점도 있었고,
기본적으로는 남자들이 그랬듯, 그녀들도 수용소 내부에서의 생존을 위해 여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했음
비록 전반적인 환경이 남자들 쪽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열악하긴 마찬가지고..
몸을 하루라도 빨리 팔지 않으면 끝끝내 버티다 사실상 죽음을 선고받는 수용소로 가게되고
몸을 하루라도 빨리 팔아버린 여자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
한쪽에선 매일같이 들이닥치는 간부들을 상대하느라 고통받고 여자가 있었고
그 옆에선 젊지 않고 이쁘지 않은 여자들, 즉 선택받지 않은 여자들이 그저 지켜만 보면서 누구하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음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그녀들은 남자 죄수들과 사랑을 나누기도 했음
심지어 얼굴도 보지 못할지라도 그들과 사랑을 나누고 일생을 약속했음
가톨릭 신부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여자들이 찬송가를 들려주고. 임신을 하고, 아이에게 세례를 해주고 십자가를 들려주었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지..
그야 수용소 군도에선 기존의 모든 가치가 잘못된 것이 되었고, 새로운 가치는 오직 권력뿐이었으니
기존의 소중한 가치들은 개개인의 마음 속에나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표면에는 새로운 사회주의적 이윤 원리에 따른 권력과 이익의 가치가,
마음 깊은 곳에는 기존의 인류를 지탱하던 소중한 그 가치들이 존재하고 있었겠지
스탈린이 남녀분리정책을 시도한 후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역이 철조망으로 분리되었는데
그마저도 넘어서서 그들은 밀회를 가졌음..
나중에는 일요노동을 시켜서 그 철조방에 아에 5미터짜리 벽을 지었버렸는데
놀랍게도 사랑을 원하는 자들이 그 노동에 기꺼이 참여했음 왜냐하면, 그 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의 사랑을 기약하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이 수용소에서 나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음..
문제는 그 밀회에는 소중한 결실이 맺혔다는 점임
분리정책이 일어나기 전에는 임신을 하면 수용소 내부에서 기약을 맺은 부부는 물론
아이까지 뿔뿔히 흩어지게 되서 굉장히 조심해야할 일들 중 하나였음
그런데 분리정책이 일어난 후에는, 애초에 만나질 못했기 때문에 흩어질 일도 없었음
더구나 남자와 여자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어서, 남자들이 담당하던 구역도 여자들이 도맡게 되어 작업이 엄청나게 빡셌고,
그 중에는 '아직' 벽으로 막히기 전에 임신을 하려는 여자들이 있었음
정말로 사랑해서 아이를 가진 여자들도 있었지만, 임신을 하면 노동을 쉬게 되기 때문에 그저 쉬려고 임신을 하는 여자들도 있었음.
그 중에서도 파렴치한 여자들은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고,
아이는 진료소로 보내져 탁아소 비슷한 곳으로 가게 되는데,
많은 아이가 그곳에서 죽거나, 미성년인채로 사회에 반출되고 다시 범죄자로서 돌아오게 되곤 했음
어머니는 아이를 낳아도 진료소에 쉽게 가지 못했는데, 임신을 하면 그곳에 갈 수 있었음
어떤 여자는 한 아이를 낳고 난뒤, 진료소로 보내진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 둘째를 임신했고,
다시 그 둘째를 보러가기 위해 셋째를 임신해서 결국 형을 마치고 세 아이와 함께 사회로 나왔다고 함.
하지만 수용소 출신의 여자는 집도, 가족도, 친구도, 변변찮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아이를 버리는 일도 부지기수 였음
수용소 안에서 그들은 부부도 아니었고, 그들이 한 것도 결혼이 아니었고, 그들이 해준 것도 세례가 아니었고,
그들이 낳은 것도 자식이 아니었고, 그들을 낳은 여자들도 어머니가 아니었음
정신적인 여성성이 모두 부정당한 생물학적 여성 죄수일 뿐이었음
그래서 어머니 죄수였던 그 사람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아이의 발목을 잡아다가 아이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쳤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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