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그 시절의 나에게 야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동상 앞에서 형식적으로 눈을 감을때마다
내 인생은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소년들에게는 모두 의사가 된다든지, 변호사가 된다든지, 아니면 어떤 대학에 합격하겠다든지
하는 식의 야망이 있었지만 나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이 어떻게 소년들이 응당 가져야 할 야망이 될 수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딱 한 번 같은 반 친구 녀석에게 "너는 야망이 있니?"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녀석은 마치 말하는 법을 까먹은 것처럼 매우 조용한 성격이였고 반 아이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외톨이였다. 그래서 어쩌면 녀석도 나와 비슷한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소년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 야망은
가지고 있어야지 하는 표정으로 "물론이지. 의사가 되는 것이야!" 하고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 친구는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의사 말이야. 환자 고치는 의사 몰라?" 하고 되물었다. 나는 "의사는 그냥 직업이지. 직업과 야망은 좀 다른 거잖아?"
하고 되물었다. 그 친구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가 아주 이상한 말을 한다는 듯이 "그게 그거 아닌가? 나는 뭐가 이상한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청소부가
되는 것보다는 의사가 훨씬 낫잖아?" 하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얼핏 그럴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의사가 되어서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의사가 되는 것이
청소부가 되는 것보다 왜 '어쨌든' 나은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김언수-잽 에서 가져온거니까 흥미있으면 읽어봐

문장흡입력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다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