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을 향해 말을 건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인간의 습성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승에 가서도 이승에서 지녔던 모습으로 살아있는 줄로 생각한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인간의 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혼은 불멸이라는 사고방식은 살아있는 사람의 생명에의 집착과 죽은 사람에 대한 애착의 발로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 세상의 혼도 이 세상에서의 그 사람의 인격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정의 슬픈 환상의 습성이기도 하겠습니다. 사람은 생전의 그 사람의 모습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사랑과 미움까지도 저 세상에 가져가며, 삶과 죽음으로 살라져 있어도 어버이와 아들 딸은 역시 어버이와 아들 딸이며, 저 세상에서도 형제는 형제로서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저는 오히려 사람의 집착에 대한 습성을 슬프게 생각합니다. 


저는 저승에서 당신의 사랑의 증거를 듣는다든가, 명토나 내세에서 당신의 연인이 되느니보다, 당신이나 제가 홍매나 협죽도의 꽃이 되어 꽃가루를 나르는 나비에 의해 결혼하게 되는것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의 슬픈 습성에 따라 이렇게 죽은 사람에게 말을 해야 하는 일도 없을터인데.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권 사랑의 여러빛깔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