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뇌과학 초창기에 널리 퍼진 좌뇌형vs우뇌형 청각-언어형vs시각-감각형 운운이 잘못한 건지 "속발음하면 안 좋은 건가요ㅠㅠ"하는 독린이와 눈알굴리기 속독충들이 잘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입장이든 너무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음.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생각과 인식이 언어와 내적 독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느끼든 말든 누구나 비언어적인(그게 시각적이든 신체감각적이든 다른 무언가든)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식의 종류에 따라선 언어가 인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때도 많음.

또 눈알 굴리기(안구운동)에 대한 부분인데, 눈알 굴리기 속독이 관련 연구를 과장하고 표면적인 기술에 집착하는 건 사실임. 하지만 구술문화가 어쩌고 문자문화가 저쩌고 텍스트언어학이 뭐시기 하는 걸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는 인식하는 방식이나 그에 따른 형태가 많이 다름. 물론 표의문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문자언어는 음성언어에서 왔고, 언문일치가 이루어지면서 언중들이 음성언어에서 사용하는 용례가 문자언어에도 반영되는 경우는 많고 어쩌고 저쩌고 복잡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음성언어=문자언어라는 도식은 성립하지 않음.

그런 의미에서 속독이나 시험지문 독해법 알려주는 곳에서 속발음 쳐내는 이유도, 기본적으로는 문자언어에 맞는 리터리시를 훈련하기 위해서임. 물론 영어독해할 때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한다음 이해하는 버릇이 느리고 부정확하듯이, 글자를 소리로 치환해서 읽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주구장창 얘기하듯이 인간 인지능력의 한계는 거기서 거기고, 앞의 영한 번역의 사례처럼 비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누구나 이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자만의 읽기 방식을 발달시키기 마련임. 이런 인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적이랍시고 무작정 특정 독서법을 가르친다고 다 효과적일 수는 없음.

결론은 뭐다? 인도 명상에서 언어로 감정 라벨링하든 좌뇌에 언어중추가 있든 학자들이 머리 아픈 연구하든 말든 속발음 안하고 읽는 것도 가능하고 속발음에 집착할 필요도 없으니 그런 거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나 한 번 더 읽으라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