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독갤 들어와서 뻘글도 보고 여러 정보글도 돌아다녀 본 결과, 여전히 국문시에 대한 관심은 다른 장르에 비해 많이 없는 것 같음
시라는 장르가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까,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어색함 때문인지 기피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싶다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읍니다 아주아주아주 주관적인 국문 시집 추천 3편
혹시라도 1편이나 2편이 궁금한 사람은
이렇게 두 개 보고 오시면 됩니다 별 건 없고 그냥 시집 추천한 거임
시집 추천에 앞서서 주의할 점은
⑴ 시집 추천은 내 맘대로 (문학 담론, 평론가의 평가 등은 고려 X), 걍 내가 읽고 맘에 든 거 추천
⑵ 너무 교과서적인 시인들은 추천 리스트에서 제외함 (예: 서정주, 백석, 윤동주 etc)
⑶ 2번과 더불어 되도록이면 2000년대에 등단한 최근 시인들 위주로 추천
3번 같은 경우는 내가 적어도 황동규 이전의 시집을 잘 안봐서 얘기를 못해주는 것도 있지만
아주 약소하게나마 현재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시인들을 소개를 해주면서 그들이 좀 널리 읽히게 도와줬음 좋겠다는 내 바람도 있음
사격장 앞에서 안전 수칙 복창하는 것처럼 한 번씩 복창하고 글 봐주셈
그럼 시작합니다 당신을 위한 국문시집 추천 리스트 3편 !
1. 김현, <글로리홀>
제목에도 써있듯이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김현이라는 시인이 현재 한국 문학장 안에서 가지는 위상 이런 건 차치해두고
그냥 ,, 그냥 존나 희귀함. 김현의 <글로리홀>은 그런 희귀함을 잘 살린 시라고 생각이 듦. 기본적인 시의 테마는 퀴어, 게이 문화인데
이 테마를 문학적으로 정말 잘 소화를 해놓은 것 같음. 우스갯소리지만 이 시집 처음 볼 때 보르헤스가 시 쓴 것 같다고 느꼈음 (물론 비교 대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개성적인 시작법과 사실과 허구를 오가는 수 많은 각주들, 소위 '읽는 재미가 있는' 시집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뭐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있음. '정체성이 모호하다.'라는 점인데
일단 그 이유는 이 시집이 퀴어 - 게이의 테마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형상화 하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함. SF의 느낌도 나고 청춘물 느낌도 나고
개인적으로 이런 다양한 형상화가 이 시집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함
2. 안희연,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사실 이 시집은 워낙 유명해서 따로 소개 안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혹시나 ~ 해서 넣어봤음
안희연이 쓴 시는 볼 때마다 느끼는 게 뭐나면, 위태롭고 멜랑콜리한,, 아 이 사람 졸라 힘들게 사는구나,, 딱 이 느낌임
근데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들, 주변에 그런 사람들 하나씩 있을거임
어디서 이상한 힐링 에세이 / 심리분석 같은 책 한 권 보고 와서
'야 나 우울증 있는 것 같음 ㅠㅠ 내 인생 너무 힘들어 흑흑' 하는 사람들 (비하의도 다분히 있음 시팔색기들아)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이렇게 생각할 거임
엥 그러면 이것도 자기연민에 빠져서 '내 인생 너무 힘들어 흑흑'하는 징징 시집 또는
'여러분이 우울한 것은 떡볶이가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는 류의 파스텔 시집 아니냐?
하지만 아닙니다. 안희연의 멜랑콜리는 수준 낮은 자기연민과 급을 달리함.
이 시집에서 불안과 우울은 성찰의 대상이면서,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기 위한 과정임. 이런 말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지만
안희연은 인간의 존재 양태가 멜랑콜리고, 이는 결국 시를 쓰는 행위(불안과 우울을 성찰하는)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게 아닐까 하는
머 그런 생각이 들었음 내 생각이니 너무 진지하게 듣지는 말고 그냥 인상비평일 뿐임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지만 시집이란 자고로 뒤지게 우울해야하는 게 또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괜찮게 보지 않을까 싶음
3. 신해욱, <생물성>
신해욱도 굉장히 스타일이 유니크하다고 생각함. 내 짧은 지식으로 뭐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요즘 소위 '미래파'라고 하는 스타일의 시가 가지고 있는 속도감에 익숙한 독자라면 신해욱의 시는 정말 신선하게 다가올 거임.
왜냐? 미래파가 패스트푸드라면 신해욱의 시는 슬로우 푸드다. 시가 느릿느릿하게 천천히 옴
이게 내가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 애초에 시집 평론에도 써 있음 '신해욱의 시는 늦게 온다.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 ...'
여기서 이야기하는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의 공간감은 독자를 빨아들이는 듯한 힘을 가지고 있음.
조금 더 신중하게, 언어를 더딤덧 더딤덧 더듬어가는 느낌으로 시를 읽게 된다고 할까 ,,
현대시의 현대성과 속도감은 보기 힘들지만 굉장히 투명한 느낌의 시가 많다. 근데 그 투명함에서 일종의 우아함도 느껴지고
결론적으로, 공간감이 많은 시, 웻(wet)한 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음. 음악으로 치면 리버브 잔뜩 들어간 음악 듣는 느낌
4. 양안다 <숲의 소실점을 향해>
기본적으로 일단 내가 <현대문학> 등단 시인을 다 좋아함. 대표적으로 김행숙, 김혜순도 있고
조금 더 현 시점으로 오면 황인찬, 김승일, 송승언 등 다 내가 환장하는 시인들임
양안다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인데, 역시나 취향저격 당해버렸음
이게 내가 첫번째로 본 양안다 시집인데, 이거 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시 보면서
뭔가 어떤 시적인 통찰, 사유가 좋다기 보다는 그냥 시가 재밌음.
시 한 편이 5페이지가 넘어가는 산문시들이라 이야기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가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다는 느낌도 들고,
특히 재밌었던 건 <휘어진 칼, 그리고 매그놀리아>라는 시였는데, 연출을 참 잘했다는 생각.
근데 앞서 말했듯이 시적 사유는 ,,, 잘 모르겠음 ㅎ. 나와 타자의 관계에 집중해서 시를 쓴 것 같기는 한데
문장을 졸라 잘 써서 그런 사유가 묻히는 타입인지 그냥 내가 병신인건지,,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음
5.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센세야 뭐 ,, 독갤에서도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니 길게 말할 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듦.
확실한 건 이장욱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 이장욱 시 무조건 좋아하게 되어있음 소설이랑 쓰는 스타일이 똑같음 진짜
이장욱의 소설도 그렇고 시도 그렇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우리의 일상적인 행위나 관념들을 세심하게 보다가
어느 순간 딱! 캐치해서 멋지게 요리해내는 그런 느낌인데 개인적으로는 포스트 오규원이 아닐까 ,, 근데 이제 소설과 평론을 곁들인
딱 밸런스가 맞는, 적당한 관념과 적당한 이미지와 적당한 사물과 .. 그렇게 잘 연출해 낸 시 한 접시. 츄라이 해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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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것보다 더 추천하려고 했는데, 사실 웬만한 젊은 시인들은 1편 2편에서 다 소개를 한 것 같고 ,,,
그리고 같은 시인의 다른 시집을 소개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그냥 추천해준 거 읽다가 마음에 들면 그 사람 시집 또 찾아볼 것 같아서
굳이 필요성은 못느꼈음. 뭐 근데 그렇게 따지면 이 글도 써야돼서 쓴 글은 아니지만서도 ,,
하여튼 잡설이 길었고, 나중에 또 좋은 시집 보면 종종 소개해주러 오겠음
즐독
개추먼저 박고읽을게 장문의글 땡큐
이런 글은 개추지.. 글로리홀 재밌게 읽었음 나도 ㅋㅋㅋ
우흥 오뺘야는 독갤의 보배야요
개추야
개추 박고 글보관함 저장
꿀맛 감사하므니다 추천 책은 보관함에 읽어본 게 없네
아 신해욱 이장욱은 읽었구나
문인 부부 글은 읽었구만 ㅋㅋ - dc App
헉 둘이 부부야?
이 글 보니까 갑자기 시가 끌리네. 여장남자 시코쿠 사야겠다
네 덕에 통장이 텅장 되겄다.
당신의 영업은 성공했다. 사실 시를 읽는 법, 감상하는 법을 잘 몰라서 손이 안갔는데, 2편이랑 3편보니까 조금은 알것 같아요. 나중에 4편들고오세이요오
감사합니다!!!
"시란 미(美)의 운율적인 창조이다"
"시는 인생의 비평이다"
미와 운율의 창조, 인생의 비평이 깃든 베스트셀러 시집추천 TOP 5 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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