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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최근에는 과작하는 작가들을 읽게 됐는데 (테드 창에 하퍼 리에 쥐스킨트에) 다작과 과작은 어떻게 다를까요 너무 주제넘지만 무슨 재미로 살까 하는 생각도 하고.. 쓰고 싶어 애가 타지는 않았나 토해내지 못하면 힘들잖어 테드 창은 꾸준히 쓰는 느낌이긴 하지마는 아니면 그냥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필명을 쓰고 있남

'쓸수밖에 없는 운명이 소설가 모두를 구원하리라'는데. (김연수) 읽자읽자 하다가 올해서야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스티븐 킹이 어떻게 앵무새 죽이기 같은걸 쓴 사람이 좀더 쓰려고 들잖냐고 답답하다는듯이 얘기를 했던게 생각이 났으요 예전에 (일종의) 시퀄인 파수꾼에서 애티커스가 이상해진다는 슬픈 얘기를 들어 알고 있어서.. 요사이 그 주제가 한동안 자꾸 머리를 맴돌았네요 막 찾아보기도 하고.. 누구는 그걸 변절이라고 하는데..한 권으로서의 앵무새 죽이기도 아름답지만 그 작품이 연작으로서 가지는 의미도 계속 이야기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세상의 양가적임에 대해서. 난삽하고 어리기만 한 생각이지만 언젠가 파수꾼을 읽으면 한번쯤 정리해서 써보고 싶어요 둘을 묶어서 해설하는 무료 e북이 하나 있더라구요 것도 읽고..

하퍼 리가 파수꾼을 들고갔더니 출판사에서 앵무새 죽이기를 쓰도록 권했다지요 편집부에서 작가를 굉장히 쪼았더군요.. 그렇게 퇴고와 수모를 겪어내서 좋은 작품이 나왔던 것이겠지만 그게 다 편집자의 공이었다고 작가를 낮게 평가하는 시각이 있던데 마음이 아팠으요 오지랖넓은 연민인지 모르겠지만 그분 평생 절필에 가깝게 살았으니까

적는 것과 쓰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어쨌든. 향수는 다시 읽으니 템포가 좀 빠른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그게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관점이 조금 달라진것 같기도 하고. 나도 너무 깊이를 강요하는 사람이 되었나 그런 생각도 들고..

테드 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인류 과학의 진화라는 단편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특이점이라고 하나요 그런 미래에 대한 서늘한 전망이나 권태에 대한 얘기 같았는데 곱씹어보니 끈질긴 희망을 가리키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음 짧은 호흡으로 여지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게 참 좋아요 카프카나.. 이기호 작가가 신문에 연재하던 짧은 소설이 있었지요 신문연재라 회차마다 편차가 좀 있는것 같긴해도 (미드나잇 하이웨이라는 소설이 제일 좋았던)

창작 노트가 있어 작가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바빌론의 탑은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그런 결말을 맺는 소설 같았는데 창작 노트에서 신학을 다루면서도 그 과정은 오로지 물리적인 사고에 기반한다는 재미있는 점을 짚어주어서 인상깊었어요 이 소설집은 읽다 보면 처음부터 차례로 두 작품씩이 서로 연관성을 띠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영으로 나누면과 네 인생의 이야기 같이) 연대순으로 수록된만큼 작가의 작법이나 창작 사이클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이런 점도 흥미로웠던

SF문학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과학이나 수학에 대한 작가들의 동경이나 애착이 순정하게 담겨있다는 점인듯 해요 무언가 자제하고 있으면서도 소년같은 들떠있는듯한.. 아마도 모든 SF 작품이 공유하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어요 문과적 타성에 젖은 사람으로서 가끔씩 그런 마음을 엿보고 같이 고개를 끄덕여볼수 있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