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한테 해석이 필요 없는 정보를 잔뜩 집어 넣거나 속이 꽉 찼다고 느끼도록 '사실'을 주입시켜야 돼.
새로 얻은 정보 때문에 '훌륭해' 졌다고 느끼도록 말이야.
그리고 나면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움직이지 않고도 운동감을 느끼게 될 테지.
그리고 행복해지는거야.
그렇게 주입된 '사실'들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을 얽어매려고 철학이니 사회학이니 하는 따위의 불안한 물건들을 주면 안돼.
그런 것들은 우울한 생각만 낳을 뿐이야.
당신이 찾아 헤매는 건 책이 아니야!
당신은 낡은 축음기 음반에서,
낡은 영화 필름에서,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에게서 책에서 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자연 속에서, 그리고 당신 자신 속에서 찾아보시오.
책이란 단지 많은 것들을 담아 둘 수 있는 그릇의 한 종류일 따름이니까.
우리가 잃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들을 담아 두는 것이지.
책 자체에는 전혀 신비스럽게나 미술적인 매력이 없소.
그 매력은 오로지 책이 말하는 내용에 있는 거요.
우주의 삼라만상들을 어떤식으로 조각조각 기워서 하나의 훌륭한 옷으로 내보여주는지,
그 이야기에 매력이 있는 것이오.
나는 책들을 샐러드처럼 먹어삼켰네,
책은 내 점심 샌드위치였고 저녁 만찬이었으며 야식이기도했지.
페이지를 찢어 소금을 쳐서 남은, 어쩌면 스물, 아니 수없이 많은 책들을 말이야!
난 집으로 책을 너무나 많이 가져다 날라서 한동안 등이 휠 정도였어.
철학, 예술사, 정치, 사회과학, 시, 에세이, 장엄한 희곡, 뭐든지 말해보게.
빠짐없이 어떤 것이든 먹어치웠으니까. 그러고서.... 그러고 나서....
그 왜, 삶이라는 게 내게도 온 거지.
삶.
흔해빠진 신파.
다 그런거지
사랑은 절대적인 게 아니었고,
꿈은 시큼해지고,
섹스도 시들하고,
죽음은 아직 한창인 친구들에게 갑자기 찾아오지.
누군가가,
혹은 다른 어떤 이가 살해당하고,
가까운 누군가는 제정신을 잃지.
천천히 죽어가는 어머니.
갑작스레 자살한 아버지.
코끼리들이 우르르 도망치고 질병들이 들이닥치지.
그런데 아무데도, 아무데도 없는 거야.
이 홍수에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필요한 곳을 필요한 때에 막아줄 책이.
날 구원해 줄 아무런 은유도 직요도 얻을 수가 없었지.
서른이 꽉 차고 서른하나로 넘어갈 즈음, 난 나 스스로를 건져 올렸네.
뼈는 죄다 부러지고, 피부는 남김없이 벗겨지고 멍들거나 상처투성이였어.
거울 앞에 선 나는 두려운 표정의 젊은이 얼굴 뒤로 늙은이의 모습을 봤어.
세상 모든 것에,
그 어떤 것에도 증오로 가득 찬 자를.
-레이 브레드버리 [화씨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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