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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읽은 장강명 작품임. 처음 봤던 알바생자르기는 단편이니까 장편으로는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첫 작품임.
구조나 플롯, 장강명이란 작가에 대해 서너 문단 썼는데 길어져서 그냥 생략하겠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광금지 에바로드는 성장담이고, 주인공의 탈덕으로 끝남. 여기서 "탈덕한 뒤에, 덕질을 하던 과거의 자신, 또는 오늘도 여전히 덕질을 하고 있는 온갖 분야의 수많은 덕후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됨. 사실 제목에 약간 스포가 있음. 에바로드 앞에 왜 열광금지가 붙었는지 후반부에 장강명 본인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친절히 설명을 달아 놓았거든.
탈덕을 했다고는 하지만 박종현은 과거의 자신이나 덕후들을 비난하지는 않음. 나는 처음에 이걸 박종현의 진실성, 그러니까 그만큼 진심으로 그 만화를 사랑했었기 때문에 미련 없이 환상에서 빠져나온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럼 또 진실성의 기준에 대해 캐물어야 됨. 일반 덕후들은 박종현만큼 만화를 사랑하지 않을까?
결국 나는 박종현이 보여준 능동성, 적극성, 주체성에서 답을 찾는 게 더 그럴듯하지 않나 싶더라. 무슨 말이냐 하면 얘는 다른 덕후들과 달리 만화의 세계관과 설정에 갇혀서 그 세계관의 무수한 복제물과 n차창작들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만화를 가지고 새롭게 자기 얘기를 찍고, 직접 몸으로 부딪쳤다는 거지. 박종현은 소위 아즈마 히로키가 말하는 '동물화된 포스트모던'에 속하지 않음. 얘는 뭔가를 시작하고 행동하는 데에 익숙한 놈임. 아마 본인이 청년기를 쏟아부은 에반게리온에 대한 환상이 깨진 뒤에도 별다른 충격이 없는 건 얘가 죽어버린 시간 속에서 무의미하게 창작물을 소비한 게 아니라, 직접 몸을 부딪치면서 의미 있는 자기 역사를 쌓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얘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그냥 끌어안을 수 있게 됨. 에반게리온의 작가 안노 히데아키 또한 완전무결한 심오한 작가가 아니라 고뇌하며 부딪치는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기도 하고.
한데 나는 이 결론이 지나치게 뻔하고 피상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음. 사실 뭐든 직접 맞부딪쳐서 일단 해보는 게 낫다는 건 특히 독갤하는 우리 찐따들은 더 잘 알고 있잖아. 박종현은 잘생기고+사람을 잘 다루고+어릴 적부터 생존력이 배양된 사람이라 이걸 쉽게쉽게 해냄. 아마 가난하고 찢어진 가정이라는 디버프를 잘생김+대인관계 스킬+생존력과 행동력이라는 버프로 메꿔서 평범한 2030 마이너리티를 그리고자 했던 거 같은데, 나는 박종현의 문제해결방식이 때로 그다지 설득이 안 됐던 거 같음. 진짜 그냥 존나게 들이대는데 다 어떻게 잘 풀림. 얘 인생에 중대한 고비로 제시되는 세컨드 임팩트랑 서드 임팩트가 있는데 이것도 사실 둘 다 소설 전체로 봤을 때 내 생각에는 별로 임팩트가 없음.
또 박종현이 '나는 이걸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느끼는 대목이 두 번 있음. 이 대목들은 그 자체로는 소설의 흐름상 술술 읽히고 좋게 읽은 부분인데, 아마 장강명은 '거창한 꿈은 필요 없다. 그냥 네가 좋아하는 거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하는 얘기를 하려고 했겠지만 뭔가 매치가 안 되는 느낌도 있었음. 왜냐면 결국 이 소설은 단순히 좋아하는 거 하라는 얘기로 귀결되지는 않기 때문임. 그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제일 핵심이라고 보는데, 전반적으로 이 주제가 조금 덜 다뤄진 느낌이었음. 더구나 요즘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는 애초에 저런 일종의 운명적인 무언가를 찾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전반적으로 술술 읽히고, 재미진 소설이었음. 장강명은 뭔가 문장도 평이하고 쭉쭉 읽히는 게 장점인 듯. 다음엔 표백 읽어봐야겠음.
아 그리고 중간에 루리웹 댓글창 같은 거 한 번 나오는데 강명이형이 20대가 아닌 티가 나긴 하더라. 존만이 쓸 바에는 차라리 비속어 없이 커뮤댓글처럼 다시지...
굳 - dc App
난 '열정을 다하면 어떻게든 보상이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고 생각했음 ㅋㅋ 그리고 그 보상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는 느낌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그렇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 얘기만 하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실 소재 자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표백에서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 느낌으로 썼다고 하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지. 재독해봐야겠다
표백은 안 읽어서 모르겠다. 표백이 최고작이라던데 대부분ㅋㅋ 나중에 읽어봐야지
주인공 너무 인싸여서 이런 걸로 오타쿠 운운하는 게 좀 그렇긴 했음. 난 차라리 매일 집에 틀어박혀 오나홀로 딸딸이나 치는 엠생 백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ㅋㅋㅋ
장강명의 관심사는 '보통의 2030 마이너리티'인 듯하고, 아무래도 안여돼 찐을 거기에 포함시켜서 성장담을 쓰는 그림은 안 그려졌나 봄ㅋㅋ 그래도 '오타쿠'를 다루려면 최소한 찐스러움은 있어야 되는데, 얘는 가난 빼면 다 갖춘 놈이라 거리감도 생기고 그 전개도 너무 뻔하다 싶더라. 재밌긴 한데... - dc App
차라리 버프 디버프를 주려면 박종현과 반대로 집에 돈은 적당히 있는데 안경돼지에 찐따인 애는 어땠을까 싶음 - dc App
네 말대로 얘는 원래부터 행동력 있고 인싸 기질의 애라 성장 서사에 안 어울리긴 했음.. 머 사실 기자시절에 인터뷰한 청년 모델로 쓰는거라 나쁜 설정 붙여주긴 좀 그랬을거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