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음식이 나오자 이치로는 거기 앉은 채 자기 접시에 놓인 시금치에 정신을 빼앗긴 채 때때로 자기 숟가락으로 시금치를 찔러댔다. 그런 다음 고개를 들고 말했다. "할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
내 손자는 숟가락 위에 할 수 있는 한 가장 높이 시금치를 쌓아 올리더니 수저를 공중으로 높이 들어 올려 입 안으로 욱여넣었다. 그런 그 애의 모습은 병에 남은 마지막 술을 들이켜는 사람과 비슷했다.
"이치로, 그건 그렇게 좋은 태도라고 할 수 없는걸."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내 손자는 입안에 든 것을 허겁지겁 씹으면서 더 많은 시금치를 입으로 가져갔고, 접시가 빈 다음에야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 애의 두 뺨은 터질 듯했다. 그런 다음 여전히 입안의 것을 씹으면서 얼굴에 엄한 표정을 짓더니 가슴팍을 앞으로 내밀고 주위의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냐, 이치로? 지금 뭐 하는 건지 말해다오."
"맞춰보세요, 할배!" 그 애가 시금치를 씹으며 대답했다.
"흠, 잘 모르겠다, 이치로. 사케를 마시고 싸우는 남자 흉내를 내는 거냐. 아니라고? 그럼 네가 말해주렴. 할아버지는 모르겠다."
"뽀빠이 흉내를 내는 거에요!"
"그게 뭐냐, 이치로? 네 영웅 중의 하나니?"
"뽀빠이는 시금치를 먹어요. 시금치는 그를 강하게 해 주거든요."
"알겠다, 이치로."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시금치는 물론 아주 좋은 음식이지."
"사케가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주나요?"
나는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사케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강하다고 믿게 할 순 있단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이다, 이치로, 사케를 마시기 전보다 더 강해진 게 아니란다."
...
"시금치는 사람을 진짜로 강하게 만들어 줘요."
"그러면 시금치가 사케보다 낫구나. 넌 계속해서 시금치를 먹으렴, 이치로. 그런데 이런, 네 접시 위에 있는 저 다른 것은 안 먹니?"
"전 사케를 마시는 것도 좋아해요. 위스키도요. 집에 바가 있고 전 언제나 거기 가요."
"그렇다면, 이치로, 넌 지금처럼 시금치를 계속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말대로 그건 사람을 정말로 강하게 만들어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