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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 년 전쯤 탄생했다. 시간이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의 삶은 이 137억 년 중에서 티끌보다 작은 먼지보다도 못한 순간인 셈이다. 이렇듯 무척이나 거대한 크기 앞에서는 어떤 생명체건 간에 그 삶의 유한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다. 인간의 삶은 상대적으로 영원한 크기의 시간 속에서 너무나도 가벼운존재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우주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불나방이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총 네 명이다. 토마시, 테레자, 사비나, 프라츠. 각각의 인물들은 작품에서 정의하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특성을 적절히 나누어 갖는다. 내재되어 있는 자기 파괴적인 충동, 네버랜드 같은 비일상에 대한 순진무구한 동경심, 한 여자에게 머무를 수 없는 보헤미안적 태도 등은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자식들이다.

등장하는 인물들 간에 도덕적 우월감이나 심리적인 압박, 편애주의적인 전개 같은 작가의 집필 방식은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의 특성이 어떤 식으로 차이를 불러일으키는지, 혹은 서로간의 관계를 회복시킬 특성으로 자리잡게 되는지를 담담하게 서술할 뿐이다. 죽음이라는 가벼움의 끝 앞에서 인간이 선택하게 될 길은 안정감이라는 무거운특성으로 귀결될 것인가, 사랑이라고 불리는 우연의 양자는 동전 뒤집기와 같은 경우의 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상이 불타오르는 시대에 사람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현실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들은 결국 우리의 가벼운삶이 타인과 관계를 이루어 살아갈 때 의미를 갖게 됨을 암시하고 있다.(그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삶이란 연속적인 자기암시의 체화일 뿐이다.

우리는 어떤 의미로건 간에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