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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내 이름은 군대, 정미소, 2019.

아마 이 책은 내가 유일하게 내 돈 주고 직접 두 권 산 책일 것이다. 하나는 나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질렀고 다른 하나는 아마 무슨 퀴어 문화제였나 암튼 그런 곳에서 저자를 만나 악수도 하고 사인도 받은 저자 사인본이다. 저자는 나와 SNS 친구인 채로 2, 3년을 지낸 채라 그날 처음 봤는데도 내적 친밀감이 들었었다.

책은 동성애자인 저자가 공군에서 생활하며 겪은 감정들과 일화들을 써내려간 수기다. 저자는 육군이었으면 진작에 전역을 했을 정도로 복무기간을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현역부적합판정을 받고 군에서 나왔다. 아마 많이들 이해가 안 갈 행동이다. 기왕 거의 다 한 군생활, 좀만 더 참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전역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나 역시도 진지하게 현역부적합판정으로 군에서 나올까 고민한 사람으로서 감히 단언컨대 그것은 개인의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다. 사람에 따라 단 하루라도 군에서 있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거기에 대고 뭐라 왈가왈부해봤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이 책임지면 그만이다.

사실 이 책은 퀴어라는 저자의 정체성보다는 군대 자체의 폭력성에 좀 더 집중해서 읽었다. 왜냐하면 내가 군대에서의 경험이 너무도 극악이었기에 과연 나만 이렇게 군 문화를 혐오하는 지가 궁금했다. 아마 본가에 있을 것 같은데 그 당시 쓴 일기장을 보면 정말 죽고 싶다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 남들 티비보는데 왜 너만 잘난 듯이 책 읽냐며 읽고 있는 책을 던지는 인간이 있질 않나, 간부란 인간은 동계 올림픽 당시 쇼트트랙 여성 선수가 은메달 딴 걸 가지고 저녁 점호때 저년들 머리만 짧게 잘랐어도 공기저항 없어서 금메달 땄을 건데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하고 병사들은 박장대소를 하질 않나 뭐 암튼 나랑 되게 안 맞는 곳이었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인지라 짬을 먹고 나서는 터치를 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조용히 책이나 읽고 지냈지만 그럼에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나는 내 군 경험상 이십대 초반의 남성들이 군대에서 온갖 안 좋은 것들을 배워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급진적 평화주의자처럼 살인교육을 하니 어쩌니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군대 특유의 위계질서와 간부들의 사회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지는 개소리들(안 그런 간부들도 많긴 하지만..), 그리고 그 놈의 지들끼리 업소다니고 하는 짓거리들같은 것들 있지 않나.

나만 이상한 사람들이 소대원이었이고 간부들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내 주변엔 그랬다. 안 그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이 그런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에 반대할 수 없었다. 소위 소대 실세, 중대 실세라 불리는 이들은 온통 그런 부류들이었다. 페이스북에 전역하고도 부대 어디 출신이라고 적어놓는 그런 부류들. 어휴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요즘 군대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군대는 여전히 군대일 것이다. 지금도 그곳에서 나나 이 책의 저자처럼 군대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는 원래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들어가고 보니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애초부터 현역병에 포함이 안 될 대상이었지만 근래 강화된 현역 기준으로 인해 입대한 이들도 있을 테다. 적어도 후자는 애초부터 공익으로 돌려야하지 않겠나.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소대나 중대에 관심병사 한 명만 있어도 그 친구도 고생이고 다른 사람들도 다 고생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관심병사를 향한 미움이 부대 내에 고조되기 마련이고 관심병사는 그로 인해 더더욱 힘들어한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공백을 운운하며 현역율 99% 달성 어쩌구저쩌구 하고 있으니..

2020년 출생아가 27만 5천명이다. 이중 남자를 14만 명이라 치자. 그럼 이들이 스무 살이 되는 2039년에는 스무 살 남성 전원이 군대를 한꺼번에 가도 14만 명에 불과한 것이다. 대강 2039년 기준으로 20, 21, 22살의 남성 전원이 군대에 있어야 현재의 병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당장 이십 년 뒤에 매우 큰 문제로 다가올 현 상황을 대비하려면 군 규모를 축소하든 민간 인력을 늘리든 여성징병제 논의를 진지하게 접근을 하든 셋 중 하나는 지금부터라도 당장 시작해야 하는데 그런 꼬라지가 보이질 않는다. 답답하다. 그럼 언제까지 관심병사들을 꾸역꾸역 현역으로 보낼 생각인가? 이 나라는 대체 청년들을 위해 무얼 하고 있는가? 하기야, 당장 같은 경험을 한 군필들도 요즘 군대는 월급도 존나 받고 폰 쓰고 1년 반밖에 안 하고 3개월 동기제니 6개월 동기제니 선후임도 없는데 그게 무슨 군대냐면서 서로 쇠사슬 자랑이나 하고 있는데 퍽이나 국가가 알아서 기어줄까 싶기도 하다.

아마 나도 대대에 도서관이 없었다면 현역부적합으로 전역했지 싶다. 옆 사단이 해체하면서 폐지가 될 그쪽 병영도서관 책들을 대대도서관으로 싹 다 끌어모으고 근처 도서관과 MOU 체결해서 분기마다 5백 권씩 빌려온 대대장 최진영 중령께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