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일 2020/10/23
- 98일차 2021/01/28
- 오늘 읽은 책
1. 수용소 군도 3권 - 알렉산더 솔제니찐 - 열린책들, 김학수 역
428p ~ 473p - 46p
- 99일차, 드디어 수용소 군도의 이야기도 절반이 지났다.
1권에서는 소련 국민들이 국가에 의해 납치당하고 고문당하는 모습과 그 규모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에
손발이 벌벌 떨려 책을 읽어 나갈 수가 없었고, 머리가 띵하게 울려 글을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잘못된 것 없고, 모든 것이 자유롭고 평화롭지만, 어딘가 쎄한 분위기가 감도는 시대,
그 시대의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노동자들, 지식인들, 성직자들, 학생들, 여인들, 기사들이
누군가 자기 집 문을 두들겨 대는 소리를 듣는 다면, 그것은 세상이 뒤집어지는 소리였다.
그 납치와 고문의 광경과 당사자들의 심경을 표현한 묘사들을 읽으며 마치 내 세상이 뒤집어 지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내 세상은 뒤집어 지지 않았다. 오직 그들의 세상이 뒤집혔을 뿐이다..
2권에서는 재판과 죄수 호송, 죄수들 간의 계급 차이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솔제니친의 짭조름한 조소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군대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물론 그들의 처지가 훨씬 악랄하지만, 모든 행위가 관리하는 사람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사실 당국과 스탈린이 최우선) 이루어지는 광경은
병사가 일종의 물자처럼 취급되는 군대와 많이 닮아있었다. 사실은 군대보다는 노예운반에 더 가까운 상황이었겠지.
아무리 병사 취급을 노예처럼 하는 것이 군대라 할지라도 정말로 노예는 아니었으니까, 최소한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일과가 끝나면 쉴 수 있었고,
간부와도 병사와도 친밀한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규칙을 따르면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 결정적으로 사회로 나갈 수 있었으니까,
그 기나긴 고통의 끝이 있었으니까. 그 고통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았으니까, 하지만 수용소 군도의 죄수들에게는 끝이란 죽음이었다.
그곳에서 살다 죽는 것, 마치 그곳에서 사는 사람처럼. 솔제니친이 수용소를 군도라 표현하고 죄수들을 주민들이라 표현한 이유는 그것에 있었다.
3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수용소 군도 내부의 광경을 보여준다.
대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어떤 일들이 벌어져야했으며, 그 일들이 어떻게 행해져야했는지..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다.
굳이어 그 주민들의 일화를 일일히 열거하며 다시 되돌아보지 않아도,
사흘뒤 총살형을 받게될 장교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 뒤에서 머리를 쥐어뜯던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그 안타까움이 다시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 수많은 비극을 묶어놓은 두꺼운 단편집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분노 이외에도,
부르쥬아적 가치가 멸종해버린 나라에서 대체 어떤 가치가 그 생태계가 작동시키는 지를 눈치채야한다.
서방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상대를 위해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사랑도, 멋진 상품을 가지고 싶어하는 욕심도,
다른 무엇도 아닌 설비의 온전한 작동만은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책임감도, 개인으로서의 권리, 자유, 투쟁도, 세속화되지 않은 고결하고 숭고한 신앙심도,
마지막으로 진실마저 멸종해버린다면, 과연 무엇이 그 생태계를 돌아가게 하는 지 알아야한다.
그것은 바로 권력과 명분이었다.
사회주의 원칙을 위해 모든 부르쥬아적 가치를 멸종시켜버린 사회주의 국가에서 작동하는 것은 오직 권력과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부르쥬아적 가치를 멸종시키기 위해 사용한 그 권력과 명분 아래서,
그 부르쥬아적 가치들이 새로이 탄생하고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자기들이 죽인 것을 자기들만을 위해 되살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이것만은 알아야 하는.. 마지막에서야 남는 무언가가 또 있을까?
있다!
권력자들이 멸종시킨 부르쥬아적 가치가 다시 부활했지만,
그렇게 이루어진 생태계는 개체 하나 하나가 현실과의 괴리감에 고통받는 세상이었다. 그 새로운 가치가 바로 그 이름도 찬란한 사회주의적 이윤 원리였다.
마치 충성파 공산주의자들의 완벽한 논리가 그저 현실이라는 진실 한마디에 그 드높은 영광과 숭고함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킨 것 처럼
현실에서 나오는 진실이 새롭게 나타난 사회주의적 원리와 충돌하며 그 개체 하나하나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들은 이것만은 알아야한다.
권력과 명분으로 이뤄낸 것은 거짓되고, 그 거짓이 당신을 절망으로 이끌 것이며, 그 절망만은 절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스탈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나라 전체를 투옥시키던 충성파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자아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완벽한 이론과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논리는 빈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그 난공불락의 요새가 그들의 현실을 바꾸어주지는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수용소 군도의 주민이었다.
솔제니친은 그 요새의 벽면에 현실에서 나온 진실을 한마디씩 던지며 그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심심풀이였다. 대단한 논리도 아니었다.
그저 현실 한 조각, 진실 한 조각 고작 그것 하나였다. 솔제니친의 말대로 "어쨎든 바닷물을 한 모금만 마셔도 그 맛을 알게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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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책 - 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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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호프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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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추 완독추
수용소 군도 엄청나게 길구만 ㅋㅋㅋㅋ끈기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