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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두 거짓말을 한다. by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빅데이터로 이런 걸 알 수 있어요 하는 책이다. 깊이는 없지만 소소한 재미는 있다. 

무엇보다도 구글이라는 신의 직장에서 월급받으면서 이런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게 제일 부러웠다. 


2. 핑거스미스 by 세라 워터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소설인데, 1/2 지점까지는 똑같지만, 나머지부터는 영화에서 보지 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토리텔링도 좋고 문장도 좋은데 이상하게 잘 안 읽혔던 책이다. 

생각해보니 범죄물의 외피를 두르긴 했지만 본질적으론 여성서사 + 연애소설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볼 만 했다. 


3. 0, 영, zero, 零  by  김사과


읽으면서 르네지라르의 내가 누군가가 속물임을 알아 차린다면, 그건 나 역시 속물이기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한국 소설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착하고 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것인데

오랜만에 이런 위악적인 소설을 보면서 내 안의 위선적인 면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밌게 쓴다.


4. 죄와벌 by 표도르 도스또옙쓰끼


나이 먹고 읽으니 주인공의 트롤짓이 무척이나 거슬리고, 소피아나 듀냐 역시 정상적인 인물은 아닌 것 같더라

(하긴 이 소설에 정상적인 인물이 어디있겠냐만...)

오히려 그나마 이해가 가능한 인물은 스비드리가일로프였다. 


5. 자유주의의 역사 by 노명식


오랜만에 접한 한국 교수가 쓴 양질의 교양서다. 

시민, 즉 브루주아지의 재산과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 태동한 자유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상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명예혁명, 미국독립, 프랑스혁명, 양차세계대전,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명확한 한국어로 재미나게 설명해주는 책이니까, 

정치사상에 관심이 있거나 특히 17~19세기 유럽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다.


6. 투쟁영역의확장 by 미셸 우엘벡


요근래 한국 작가들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25년전에 훨씬 도발적인 시각으로 써낸 소설이다.


7. 소셜애니멀 by 데이비드 브룩스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인지, 사회, 발달, 윤리 등 심리학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주는 이야기다. 

스토리가 좀 진부하고 어거지스러운 면도 있긴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이해도 쉽게 현대 심리학의 관점을 잘 풀어주는 좋은 책이다.


8. 영원의 철학 by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의 그 헉슬리가 자신이 나름대로 연구한 세계 주요 종교의 에센스를 정리한 책이다. 

1/4 정도는 기독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 노자, 장자의 성인, 경전, 연구자 들의 말을 인용하고, 3/4는 헉슬리가 직접 정리하고 쓴 글이다.

문제는 헉슬리가 쓴 글이 더 모호하고 어려울 때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요지는 나를 포함한 세상만물의 본질에는 신성이 있고, 그 신성과 합일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먼저 나(자아)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달은 읽은 책들이 다 알찼던 것 같다. 


사실 닥치는대로 읽은 책이지만서도, 5,6,7,8을 잘 엮어서 뭔가 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근대에 와서 개인주의/자아/이성의 발달이 어떤 병폐를 낳고 있는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누구는 종교를 이야기하지만 그건 또 퇴보인거 같고, 

그래서 샌델 같은 공동체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요즘에 많이 들리는구나 뭐 이런 이야기다)

막상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면 잘 안되는 건 아직 그것들에 대한 내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렸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