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유명한 모든 문학은 결국 오딧세이아 아니면 일리아스다 라는 말도 있고, 아무리 새로운 문학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영향을 받은 문학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함. 그래서 처음 고전을 읽을 때는 노잼임. 이미 사골국을 우린 소재를 또 읽는 거니까. 예를 들어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임. 항상 악을 원하지만 도리어 선을 행하는 그 힘의 일부라는 멋진 대사도 쳐주고. 근데 솔직히 이제는 익숙함. 냉소적이고 염세적이며 쾌락적이고 인간의 의지를 믿지 않는 악역?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백수천번은 나오는 악역임. 맥베스의 반전? 분명 흥미롭지만 이거 솔직히 다들 살면서 한번씩은 봤던 반전 아님? 그래서 솔직히 독붕이 중에서 근-본 문학으로 시작한 독붕이 거의 없자너. 다 19~20세기 소설로 고전에 입문했지. 

하지만 고전의 이런 성격 때문에 문학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결국 그리스 희곡이나 성경을 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듬. 직접적으로 인용한 내용도 물론 넘쳐나지만, 모든 문학은 짙든 옅든 선대의 영향을 받았고, 그러한 성격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거든. 당장 앞에 예로 든 파우스트나 맥베스도 사실 욥기나 델포이 신탁에서 봤던 내용임. 이런 사실을 알고 문학을 읽는 거랑 아닌 건 받는 느낌에서 천지차이일 수 밖에 없음.

그니까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읽을 필요 없음. 고전은 읽어야 해서 읽는 게 아니라 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읽는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