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뭔가 떠오르면 이거 나만이래?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잖아. 현실에선 물어볼 기회가 없지만 여긴 책 좋아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생각 정리할 겸 길게 써 봤어.



1.

이걸 소설을 읽는 방법이라고 해야 되나.... 어렸을 때부터 천천히 형성된 습관?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걸 처음 생각해보게 된 게 중학교 국어시간이었다. 국어쌤이 뜬금없이 너네들은 글 어떻게 읽냐?”라고 질문을 하는 거다. 나를 포함한 모든 애들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 못 하고 어리둥절해했다. 그냥 읽는 거지 어떻게라니.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니까 선생님 말의 요지는 대강 이런 거였다.

니네들은 책이나 글을 읽을 때 그냥 글자들만 본다. 그러니까 읽는 게 재미가 없는 거다. 글을 글자 그 자체로 읽지 말고 제발 상상하면서 좀 읽어라. 예를 들어서 이런 정보전달을 위한 글도(교과서에서 비문학 단원을 수업하고 있었다.) 시사 프로그램 사회자가 나와서 설명하는 상상이라도 하면서 읽어야 된다

놀라서 혹은 반가워서 가슴이 뛰었다. 선생님 말을 듣고 나는 이제껏 어떻게 읽어왔는지를 생각해 보니까 나도 상상하며 읽어왔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한 번도 의식해 본 적 없어서인지 이때가 아직까지도 기억난다.


2.

소설 한 편을 읽는다 치면 일단 처음에는 눈으로 따라가면서 머리속으로 소리 내서 읽는다.

그러니까 사실 읽는 게 아니라 내가 읽고 있는 소리를 내가 듣는 거다.

그렇게 문장들을 읽으면서(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상상한다.

소설 속 상황과 배경이 되는 공간, 그 속의 인물들, 그들의 내면에서 읽어나는 감정변화,그 밖에 다양한 이미지와 느낌 등등

작가가 문장으로 나타내는 것들을 말 그대로 상상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글자를 읽는 게(듣는 게) 아니라 그 세계 속을 경험하는 순간이 온다.

상상에 동원되는 재료들은 당연히 내 기억들이기 때문에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내가 읽는 모든 책의 모든 부분에서 저렇게 상상이 잘 되는 건 아니고 책마다 편차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책은 시각적 묘사나 설명이 적고 관념적인데도 상상이 잘되고 어떤 책은 친절하게 설명하고 묘사도 셈세한 장르문학인데 별로 상상이 안 된다.

작품마다, 한 작품 안에서도 각 각의 부분들 마다 상상의 정도와 종류가 다 다르다.

그냥 케바케라는 말이다.

그리고 낮에 읽을 때는 상상력이 0~30이라면 밤에는 50~90으로 치솟는다.

밤에 소설이 훨씬 잘 읽히고 새벽이 될수록 더 더 잘 읽히는데 이게 감수성하고

관련이 있는 거 같다. 센치해 질수록(감정이 풍부해질수록) 몰입이 잘 된다.

감정이 고양되면 과거의 잡다한 기억들이 더 잘 떠오르고, 그게 소설적 상상력에는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3.

독서 갤에서 왜 책을 읽냐는 글을 되게 많이 봤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상상하는 게 재밌기 때문이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내가 가진 기억과 경험을 재료 삼아서 꿈을 꾸다가 나오는 것이 내가 문학작품을 읽는 방법이다. 비문학 서적들은 왠지 읽어야 할 것만 같아서 읽지만, 아무튼 소설은 저런 재미가 있다.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