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에 한정하여 얘기합니다***
출처글: [정보] 학습으로서의 독서법
https://m.dcinside.com/board/reading/87161
우연히 이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좋은 내용을 담은 글이고 학습자로서의 기초안내서로서 충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의미범주가 다르다고 생각되네요. 아니, 어쩌면 틀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독서법과 학습법, 이 두 개의 타이틀은 깊은 연관성을 지니지만 그것들 각각 문제를 정의하는 차원이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서법은 독서법 나름대로의 문제 해결책이 존재하고, 학습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독서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는, 난해함 즉 정보처리의 문제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한글이 한글처럼 안 읽힌다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따라 읽어도 보고 여러번 읽게 되죠. 이는 그 문장과 단락을 뜯어보는 관점이 정립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그저 읽는대로 받아들이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문장구조를 어떻게 뜯어보는가에서 정의됩니다. 우리는 흔히 문법을 모국어를 쓰는 원어민으로서 경험해온 바에 기대어 익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법을 통해서 문장구조를 실제로 뜯어보는 훈련을 병행하지는 않았죠. 그저 구어체 중심으로 문법을 사용하다보니 이런 분석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이는 문어체를 들여다보면 괴리감이 더 선명해집니다. 주어부가 왜 생략된 건지, 어디서 어디까지가 서술부를 수식하는 관형어구인지, 이게 부사격조사인지 주격조사인지 등등 경험에 기댄 문법으로 뜯어보면 흔히들 겪는 혼란들입니다. 문법(형태론, 통사론) 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법이 절대 규칙으로서 무한 변칙적인 문장들을 다 완벽하게 해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 무한변칙성이 문법으로부터 유리된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저 연속적인 문법 응용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그래서 기초문법을 다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문장을 해석할 때 익숙한 방식으로 답습할 뿐이고 논의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할 것입니다.
문법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는 그저 문장을 해부하고 기능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즉 논의체계로서의 기능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논리학입니다. 특히 비문학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관습에 기대지 않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설득하는 건 논리학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 추론은 단락 내에서 문장의 의미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즉 해부한 문장구조가 어떻게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논의체계를 조감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이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경험에 기댄 이해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단순히 내용 정리한 것에 그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러나 그 과정론이 중요합니다. 논의체계를 파악했다는 것. 글 속에 개념들의 회로도를 볼 수 있는 것. 조금은 낯설지만 이 또한 이해입니다. 정리된 결과물이 아니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둔다면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을테고 향후에 논리학이라는 일반화된 규칙으로 그 스토리를 쉽게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부한 문장구조를 바탕으로 논의체계를 세우는 능력. 저는 이 능력을 갖추는 것이 독서의 중요한 선행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성실하게 12년동안 국어수업을 들어왔다면 대부분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국어교육과정에서 모두 배우는 부분들이니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무슨 말인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들은 자신의 정보처리능력을 의심하고 이 능력부터 검토하셔야 합니다.
학습법은 독서법 이후의 2차적인 과정입니다. 독서법이 정립된 이후의 문제입니다. (물론 독서가 아닌 다른 매체로 공부하는 경우도 있을테니 그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기본기를 갖췄을 뿐 그게 완벽한 학습법이라고 자부하는 건 굉장히 심각한 비약입니다.
쉽게 말해, 독서법을 통해 사고 박스(thinking box)를 구축하여 책 내용을 Input으로서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면 거기서 출력될 Output은 그 학습법에 달려 있는 겁니다. 사고박스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불투명한 블랙박스와 같습니다. Output을 출력해야만 사고박스가 제 기능을 하는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겁니다.
Output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고박스는 알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이 때 Output으로 출력하게끔 하는 방법론, 그게 위 출처글에서 밝힌 학습법의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처리된 정보를 실제로 작성을 하든, 그걸 바탕으로 작문을 하든 머릿속 스토리를 실현시켜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실현을 시켜야만 스스로 편집과 피드백을 무한반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지심리학에 기반한 학습법에서 중요한 의의입니다.
좋은 글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학습법과 독서법을 하나로 묶는 접근방식은 틀렸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긴 글을 작성해봤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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