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라는 책이 생전에 블레즈 파스칼이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집필한 책이 아니라
블레즈 파스칼이 죽은 다음에 유족들이 그 원고를 모아서 선집 형태로 출간한 책이잖아
그래서인지 근대 이후의 많은 책들처럼 저자의 목적이 뚜렷한 한 주제에 대해서 논하는 게 아니라
어떤 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귀퉁이에 써놓은 표식같은 걸 억지로 모아둔 것 같다는 느낌이 듬
하다못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나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같은 편지 집도 아니고
일기장에서 몇몇 식별 가능한 페이지들만 찢은 다음에 그걸 한 권으로 이어붙여놨다는 느낌이 듬
단락과 단락이 전혀 이어지지 않고 한 페이지에서도 완전히 다른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 글을 파스칼이 무슨 맥락에서 메모를 남긴걸까?" 라고 생각을 하게 되거든
근데 파스칼이 살던 당시의 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까
이해는 전혀 안되고 머리만 아픈 거 같음
한 단락으로 남은 것 중에서 단락 내용이 긴 거는 그래도 그 안에 그 단락의 주제가 다 들어 있는데
한줄 두줄로 끝나는 단락은 진짜 이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겠음.
전혀 모르는 남의 일기장을 뒤죽박죽인 순서로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야.
혼란스러운 거 주욱 참고 80페이지 가까이 읽었는데, 기독교의 증명에 관한 책을 쓰기위한 초본 같다고 느껴짐. 이건 어디에 배치 이건 어디에 배치 이렇게 해서 논증하자 이런 느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