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세가 물론 기독교 호교론을 위한 책으로써 엮어진 것도 없잖아 있지만, 기본적으로 메모 휘갈겨놓은 걸 모아모아서 책으로 엮은 거잖아?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파스칼을 천재이면서 미친놈처럼 여기는게 (나만 그런거면 미안하다 파스칼!) 통찰력이 미친듯이 뛰어나서 뼈 때리는 문장들이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메모"라서가 아닐까 싶더라.

왜, 뭐든 휘갈기거니 끄적거릴때 모든 사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일일히 세세하게 다 적으려고 노력하려면 할 수야 있다지만 중간에 생각이 흐려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나는 무의식적으로나마, 이 흐름자체를 이미 한번 지나온 통로로 여기고 있는데 이걸 손으로써 굳이 다시한번 써내려간다는 게 왠지 모르게 귀찮잖아?

그러니 원인과 결과, 가령 "사랑과 그 결과, 클레오파트라" 처럼 단편적인 인상으로 적어놓아도 적어도 본인은 그 문장속에서 그때했던 생각,사고들을 볼 수가 있는거지. 그러니 본인에게 있어서는 그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거야.

그런데 몇백년의 시간이라는 벽과 이 메모라는 특성의 벽탓에 우리가 이 단면을 볼때는 이새끼는 개쩌는 천재 아니면 미친놈인가보다 하고 느끼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라고 보고있어.

막말로 우리가 지금 노트한장 꺼내서 뭔가 복잡하거나 아님 단순한 생각일지라도 일목요연하게 생각의 처음주터 끝까지 죽 써내려가는게 아니라, 단순히 착상과 그 결과만을 적어놓게 되면 써놓은 당사자들의 눈에서는 그게 매우 당연한 귀결을 맺지만, 다른 제 3자를 그 자리에 끌어다 놓게 되었을 때, 그게 탁월한 무언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놈은 뭔 헛소리를 하는가" 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는거지.

심지어는 시간이 경과하고서 그런 메모를 보았을 때는 그걸 써낸 당사자마저도 그 당시의 사고의 흐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이게 뭐엿더라? 하고 더듬는 형국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팡세는 진짜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심정으로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쓰다보니 되게 길어졌네. 주제에서 이탈안하고 잘 서술한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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