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는 진정 오리지널 오브 로라가 진국인 듯...

일단 나보코프의 체계적인 스토리 구조와 미완성에 옷을 덧입은 메모 형식의 향연이 ㄹㅇ 최고임.

그가 적은 미완성 메모 그 내용의 간극 속에 독자의 상상력을 대입시켜보면 어느새 작품이 거대해짐을 느끼게 됨. 난 이거 읽고 작품이 살아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깨달았음.

각 메모마다 퍼즐처럼 설계되어있는 생명력 넘치는 미로들과 이제껏 그의 여타 작품과는 구별되는 오리지널 그 자체인 문체의 독특함, 나보코프와는 절대로 친해질 수 없었던 것 같은 몇몇 오타들...

또한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완성 형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읽고 또 읽어봐도 마치 카프카의 성처럼 혼란스러움만 더 해져가는 스토리와 주제 의식, 그리고 미쳐버린 이미지의 묘사(특히 그 내성 발톱의 장면은 묘사가 말그대로 광적임) 그의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 같은 낯선 우연성과 기괴함... 거기다가 나보코프 그 특유의 흐름이 끊어지는 시그니처 연출이 합해져 거짓말 아니라 신의 작품 같더라...

그가 평생 존경한 푸시킨의 대표작, 최고작이자 나보코프가 직접 번역하기도 한 예브게니 오네긴(시로 쓴 소설) 그 자체가 오리지널 오브 로라라고 생각함. 시처럼 절제미가 있고 여느 장편보다 내용의 방대함이 느껴짐.

결론: 결국 예술이란 것이 형식화된다면 그건 오리지널 오브 로라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