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제 다 읽긴했는데 넘 졸려서 못 씀. 오늘 두 개 올려야겠다 ㅠㅠ
정창석, 식민지적 전향, 소명출판, 2015.
전향이라는 단어는 보통 사상적 문제와 관련해 자주 쓰인다. 김문수 등의 옛 운동권들이 지금은 극우인사로 활동하는 것이나 수십 년의 옥고를 경험하고도 북조선을 향한 신념을 바꾸지 않은 비전향장기수들이 아마 전향이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인물들일테다. 한편 이 책에서의 전향은 문학이라는 분야에 국한된다. 저자는 이광수를 위시한 친일문인들의 저작과 언행 등을 살펴보면서 그것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으로 ‘식민지적 전향’을 내세운다.
저자에 따르면 “‘식민지적 전향’은 ‘전향’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 즉, 사상 또는 신념의 성숙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나 회심 혹은 발전과 각성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라는 시대 상황을 전제로 한 사상의 견딜 수 없는 뒤틀림(왜곡)”이다. 그런데 책 중에서도 나오지만 일본의 지식인 쓰루미 슌스케는 그의 책 《전향》에서 '전향'을 "국가 권력 아래에서 일어난 사상의 변화"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전향이라는 개념 자체가 스스로의 자발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가? 일제 당시의 일본인 지식인들이나 조선인 지식인들 모두 동일한 국가권력에 의해 전향이 이루어졌다면 식민지 조선에서의 전향을 ‘식민지적’이라고 따로 분류할 필요성은 어디에 있는가?
저자는 그 필요성에 대해 민족적 정체성을 중점으로 이야기한다. 일본인 지식인의 경우 전향은 애국 그 자체다. 하지만 조선인 지식인의 경우 그들의 전향은 애국이지만 애국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전향을 하고 황국신민으로서 노력을 하여도 국가 권력과 문단 등을 비롯한 기득권층을 포함해 일본 사회가 그들을 진정한 황국신민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전향은 일본인 지식인의 전향보다 더욱 모순적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강렬하였다.
이외에도 이광수, 최재서, 유진오 등 여러 친일문인들에 대한 방대한 내용과 ‘신체제 문학’, ‘대동아문학자대회’, 조선어에 대한 친일문인들 간의 상반된 의견과 일본인 지식인들의 반응 등 참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단점들이 눈에 띤다. 먼저 친일문인들의 행태를 얘기할 때 저자가 너무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단어들을 쓰고 있다. 물론 그들의 행태는 잘못이지만 그런 단어들을 굳이 써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둘째로 저자가 보여주는 고리타분한 민족성 운운이다. 저자는 전후 《대동아전쟁 긍정론》을 쓴 하야시 후사오나 할복 쿠데타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 등을 얘기하며 그들의 행보가 “일본 민족의 잠재의식을 유감없이 표출하는 작업”이자 “전후 세대 일본인의 잠재의식을 표출”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러한 저자의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설령 일본인들에게 그러한 경향이 실존하였다고 가정해도 그것은 민족의 문제가 아닌 그 당시 일본이라는 사회가 처한 환경의 문제이다. 이외에도 이와 같은 민족주의적 발언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식민지기 문학을 연구하는 만큼 사뭇 이해가 갈 법한 표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위와 같은 주장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번에 읽었던 권나영 선생의 《친밀한 제국》도 그렇고 식민지 조선에서의 문학 연구 참 재밌다. 소명출판에게 늘 감사하다. 한편 이런 류의 책을 읽다보면 이 분야의 ‘근본’인 임종국 선생의 《친일문학론》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이 드는데 영 손에 잡히질 않는다. 위장전향한 김사량도 좀 읽어야 하는데 이놈의 게으름.. ㅠㅠ
김사량의 경우엔 탈영까지 감행하여 명확한 위장전향이지만, 당시엔 친일문학을 쓰는 척 하면서 은근히 돌려 까는 복화술 작품들도 꽤 많았다고 하더라
오호라 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