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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체 ㅅㅌㅊ. 한국인이 쓰는 한국어 문학 문장이 이렇구나 싶다. 묘사보다는 전개 위주로 빠른 템포인데 오히려 설화체 느낌이라 맘에 듦. 번역 문학만 읽어봤다면 문체만 챙긴다는 마음으로 읽어도 괜찮가 생각.
2. 등장인물들이 좀 줏대없음. 뭔가 자기만의 고정된 확고함 지나가다 마주친 모든 상황들에 맞춰서 반응하고 변화함. 이거 보고는 이 생각했다가, 저거 보고는 저 생각했다가. 누가 목석같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근대로 넘어가던 와중에 표현된 인간들이 오히려 목석같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음.
3. 그래도 전통이던 유교적 가치관이 주인공 맘 속에서 큰 비중을 갖는데, 이거도 뭔가 확고한 토대가 되지는 못함. 소설은 등장인물들을 규정하며 그 시대를(혹은 보편적 인간을) 얘기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무엇으로도 확실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이 그 시대에 하나의 규정이라 생각하고 제목의 무정으로도 이어지는 거 같음.
4. 소세키로부터 시작하는 일문학이 시대에 짓눌려 으스러지면서 내면의 자아로 침잠하는 인간상을 그려내고, 내면으로부터 끌어올린 병적임으로 인간을 규정한다면, (아직 이광수만 읽는 중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뿌리를 잃고 시대에 그저 적셔지면서, 중심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간상을 조선인들의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5. 아쉬운 점은 뭔가 더 나아갈 듯 하면서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 소설의 여러 이름난 작품들은 어떤 틀을 부수면서 상상력의 뻗치고 자기 만의 독창성을 확보하는데 이런 면에서 좀 부족하지 않나. 돈키호테가 왜 띵작이냐. 그 이성의 울타리를 뽑아 던지며 보여주는 거침없음이 그 이유 중 하나인데 무정은 마치 울타리 안에서 가만히 앉아 지켜보기만 하는 기분. 뭐 근데 돈키호테랑 붙어서 살아남을 소설이 몇이나 되겠음 ㅋ
6. 아무튼 현재까지는 만족 중. 개인적으로 이형식이 과학 타령하는 부분들이 개꿀잼일 거 같은데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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