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도취라고 해서 자기 내면 세계로 골몰하는 그런 작가가 싫다는 말이 아님. 내면 세계를 진지하게 썼는데 그걸 내가 공감하지 못 하거나 별로라고 생각해서 그 작가를 싫어하는 일은 내 경우엔 없음. 내가 싫어하는 작가는 자아 도취 상태로 말하고 쓰는 작가.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문장이 화려하지 않고 은유도 잘 안 씀. 이를테면 헤밍웨이.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독일 작가 중엔 꽤 많고 프랑스 작가들도 관념적이긴 하지만 문장 자체에서 자아 도취는 안 보여서 좋아 함. 이를테면 로맹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보면 문장은 아주 깔끔함. 하지만 그 내용은 감수성이 아주 깊음. 한국에선 황석영. 체호프도 형용사를 자주 쓰긴 하지만 내 기준에선 딱 쓸 것만 쓰는 작가. 나는 이런 작가를 좋아함. 뭔가 짧은 붓 터치 하나로 쓰윽 많은 걸 표현해 둔 그런 그림을 보는 느낌.
내용이 딱딱한 걸 좋아하는 게 아님. 깔끔한 문장이 좋다는 거지. 둘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
내가 싫어하는 문장은 표현으로 먹고 들어가는 문장임. 사람들이 그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 나한테 문장 하나 달랑 들고 와 가지고 "이것 봐.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지?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이런 소리 하는 경우 항상 아..이 작가 싫어라고 생각했던 작가임. 특히 최악인 경우는 그런 문장으로 담고 있는 감정이 작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을 때.
작가도 사람이니까 자기 안에 있는 감정이 나쁜 것일 땐 그걸 얼른 끄집어내게 돼 있음. 그런데 그게 좋으면 그걸 존나 꽉 끌어안고 물고 빠는 게 보임. 작가란 종족 특유의 언어 감수성이 그 감정과 만나버리면 진짜 꼴 보기 싫은 물빨 사태가 벌어짐.
그런 문장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람이 많이 불던 밤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무엇이든 묻고 싶은 밤. 뭐라도 묻지 않으면 누군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해올 것만 같은 - 그날은 그런 바람이 불던 밤이었다.>
딱 요런 문장임. 이런 문장으로 소설을 시작해 버리면 나는 읽자 마자 한숨밖에 안 나옴. 도대체 그런 바람이란 게 있을 수가 없잖음? 하지만 뭔가 감성적이잖음? 아. 맞아 그런 바람이 불던 때가 있었지...뭐 이런 생각 할 수도 있잖음? 근데 나는 못 함. 나는 저런 거 읽으면 뭔 개소린가 싶음. 내가 자아 도취 타입이라고 부르는 작가는 저런 작가임.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다ㅋㅋㅋ
네가 재밌게 읽은 책 추천 좀 해줘
재밌게 읽은 책이야 많지. 장편은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안 읽어 봤으면. 단편은 헤밍웨이 권투 선수. 살인자들.
싫었던 문장이나 작가 예시좀 더들어줘 흥미롭긴 한데 잘 안오네
헤밍웨이는 단편!
읽어보고 글 쓸게 고마워
이외수 아니냐 ㅋㅋㅋ - dc App
나도 그래. 대표적인 작가는 신경숙 공지영. 신경숙 글을 보면 ‘아파아파아파 나는 너무 아파’이러고 있는 것 같고. 공지영 글은 똘똘한 중딩이 세상 구하는 환상 속에서 영웅이 된 것 같은 도취상태로 쓴 글같음. 우행시에서 살인자랑 여주인공의 노트 문체가 똑같아서 황당했다. 이런게 두 사람의 차이를 섬세하게 보지 못하는 것으로, ‘어린이같다’고 한 이유.
나는 내 상태에 따라 달라짐 - dc App
ㅋㅋㅋ뭔 말인지 알겠다ㅋㅋㅋ - dc App
ㅇㄱ
글 재밌게 잘 쓰네 ㅋㅋㅋ
와 완전 나다... 저런 문장 개극혐
존나 씹공감 근데 우리나라 작가들 태반이 저모양임
글 좋다 ㅋㅋ
ㅋㅋ비유존나웃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