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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분량: 180-508쪽 (328페이지)
전체 분량 25,093쪽 중 1,585쪽, 6.31%

감상:
민음사판 <파리의 노트르담>을 나흘에 걸쳐 읽었다. 이 중 실제 독서 기간은 사흘이었는데, 나흘이라 표기한 이유는 책을 읽고 나서 비교를 위해 애니메이션 <노트르담의 꼽추>를 보는 데 또 하루가 소요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빨려들 듯 읽었다. <레 미제라블>을, 그리고 <웃는 남자>를 읽으며 느꼈던 위고의 필력이 진실로 미쳐 날뛰는 듯했다.
 
위고의 글은 거침없고 또 자비없다. 거침없다 함은 독자에게 일말의 쉴 틈을 주지 아니하고 절정을, 불타는 길 속을 달려가는 광인마냥, 한 숨의 멈춤이나 일말의 빈틈도 없이, 묘사하기 때문이요, 자비없다 함은 그 무지막지한 분량 때문이다. 분량이 진실로 자비없다 할 수 있지 아니하겠는가? 위고의 한 챕터는, 분량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만, 많을 때에는 거의 100페이지에 육박하며, 또 한 부는 거의 150-200페이지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중편소설 분량이다. 그런데 위고는 그 분량을 할애하여 얼핏 보면 줄거리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제목에 내재되어 있는 이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파리의 노트르담>이 제목이고, <아리따운 아가씨와 신부님과 곱사등이와 근위대장의 사각관계>가 제목이 아닌 이유가 있다. 위고는 원하는 바를 정확히 써 내는 작가이다. 후자가 제목이었다면, 후자가 위고가 정한 주제였다면, 그는 라 에스메랄다와 주변인의 집착과 애정의 관계를 그려내는 데만 온전히 수천 쪽을 할애하고도 남았을 인물이다. 하지만 제목은 <파리의 노트르담>이 아닌가.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오직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본작의 주인공이다. 위고가 잘 나가다가 갑자기 15세기의 파리 전경을 묘사하는 데 한참 시간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파리의 노트르담에 관한 책이고 그것의 부수적인 장치로 사람들의 애정과 증오를 담을 뿐이지, 사람들의 애정과 증오를 다루며 배경만 파리의 노트르담인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