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갤에는 자주 안오는데, 왜냐면 현실적으로 책을 잘 못읽으니까
그래도 이런 글 쓰는걸 이해해주기 바람.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어서 그럼
오래전에 읽었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참 좋게 읽었음. 그래서 나중에 시간되면 또 읽고 싶음
근데 그 소설의 남편?과 아내?(이름이 잘 기억안남)는 작가시선에서 다소 전형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임.
그 남편부터 너무나 이성적이고 관념적이고 그래서 그 이성과 관념으로 폭력적이면서 자석의 N이 S에 끌리듯 아내의 여성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 아내는 모성과 거의 맞닿은 여성성으로 남편과 아내는 물론이고 손님들까지 포용하려 드는...
남편 캐릭터는 가끔 좀 심해서 그로테스크한 만화 주인공을 떠올리게 할 정도임. 그래서 난 저 캐릭터가 아무리 그래도 저 시대의 남성들을 보편적으로 일반화하기엔 어렵지 않나, 라고 생각했음. 그 아내는 더욱 그렇고.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아니었다면 그 아내도 여성주의 시선에서 비판받았을지도 모름. 이런 내 나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난 그 소설을 좋아함. 그 소설에 모순이 있다면 그 모순 나름대로 또 받아들일 수 있음. 왜냐면 그 부분이 작품 전체가 아니고 심지어 그런 모순적인 부분을 끌어모아 가능했던 작품 총체적인 맥락도 있으니까.(소설은 철학책이 아니라서 오류가 진실을 구현할 수도 있다고 봄.)
내가 제대로 읽은 적은 없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그리고 수많은 여성향?의 로맨스 소설들이나 드라마들....
그런 픽션에서 흔히 얘기하는 '성적대상화'(그런데 남성인물에 대한 것)은 안 일어날 것 같음? 아마 절정을 달릴 걸... 난 솔직히 자세히 안봐도 장담할 수 있음. 왜? 그러라고 만든 픽션이니까. 허구의 세계서나마 그 허구의 인물들을 대상화하고 만족과 기쁨을 느끼라고 썼으니까. 썩 바람직하달순 없어도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니까. (픽션 속 인물의 목숨보다 난 현실의 파리 한 마리가 소중함. 파리는 싫고 메뚜기로 할께. 아무튼 픽션 속 인물은 픽션이라서 '진짜' 죽을수도 없거든) 헌데 여기서 '성적대상화'라는 개념도 극단적으로 비약적으로 활용되는 개념임. 여성주의 이론에서 사용하는 '성적대상화'는 사실상 '성적도구화'와 비슷한 의미를 가짐. 그러니까 누군가를 주체의 성적욕망을 위한 도구로 삼겠다는 것임. 그런데 이 개념을 애초 여성주의 이론이 영향받은 철학인식론 범주까지 뒤섞어 누군가 다른 누군가를 '성적매력'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했다는 것만으로 (여기서 또 여성주의의 변용된 대상화 개념으로 은근슬쩍 자리바꿈) 야! 너 그거 성적대상화야(즉 누군가를 너의 성적욕망을 위한 도구, 의자나 책상같은 '주체의지'가 결여된 무엇으로 대하는거야) 라는 수준으로 비약하고 극단화해버림.
이게 맞다고 봄?
이런 식으로 해서 남아나는 픽션 속 인물들이 있을거라고 봄? 그렇게 보고싶다면 그렇게 보고싶은 만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음.
여성인물이든. 남성인물이든.
그래서 그 여자든 남자든 모조리 올바르게 뜯어고쳐서 성경처럼 만들 수 있음. 아, 안되겠네 거기서도 마리아 막달레나는 빼고... 아니다. 예수님 엄마도 빼고.... 아, 그걸로도 부족하다. 에수님도 빼고
그럼 불교로 갈까? 아님 종교는 이상하니까 자기계발 서적으로 갈까? 근데 거기에는 픽션이 있나? 뭐 가끔 픽션같은 자기계발서도 있긴 하지만...
내가 알기로 소설은
아무리 위대한 명작이라도
모순에 찬, 때로는 죄악에 물든, 더럽고 추악한 속세의 이야기와 맞닥뜨리는 것임.
현실에서 우린 솔직할 수 없으니까, 솔직하면 곧장 시스템의 선과 악으로 분류조치되니까. 현실이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까지 직면해 현실보다 더 깊은 층위에서 윤리적인 고민까지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임. 그 윤리적인 고민이라 함은 시대가 사회가 집단이 요구하는 도덕이 언제나 올바를 순 없으므로 개인으로 하여금 그 도덕에 대한 성찰까지 시도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임. 고로 시대가 사회가 집단이 도덕이라는 명목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땐 그땐 마지막 저지선과 같은 예술에서 자기성찰로 결과된 양심을 간직한 개인들이 진실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갈 수 있게끔..
방금 건 너무 거창했지만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애꿎은 픽션 속 인물들, 이야기속에서나 활기차지 책덮으면 한마디도 못하는 걔네들을 어떤 현실적 자기주장에 끌고와서 이리저리 맘대로 규정하고 갖다붙이는... 그럼 그건 도구화하는 거 아님? 이것도 써놓고 보니 유치한 얘기네. 왜냐면 픽션은 픽션이지 현실이 아니니까.
문득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노프가 꿨던 악몽, 먼 훗날 미래의 디스토피아였나? 그런 게 떠오르는데
암튼 그 디스토피아에서 모든 사람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속물로 여긴다고 함.
나는 정당하고 타인들은 부당한... 나도 그렇게 될까봐 경계하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도덕적으로 심판하지는 않으려고 함.
근데 픽션 속의 성적대상화라는 개념은 내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부당함을 몰아세울 수 있는 너무나도 편리한 도구이고(지적일 필요도 없음.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원한다면 그걸 사용해서 타인의 인격도 마음대로 헤집고 도덕적 심판할 수 있음. 눈빛 한방으로 타인을 밑바닥까지 처박을 수 있는 폭력이 있다면 다름아닌 '도덕적 잣대'임. 나의 심판이 올바른지 성찰하지 않고 그냥 심판만 해대는 '도덕적 잣대'
(여자가 손가락으로 머리 두드리는 짤)
픽션에 현실 도덕을 대입하는 게 어이없긴 하지 - dc App
로리망가 좀 번역했다고 구속ㄷㄷ
엄밀하게 성적 물화랑 성적 대상화를 구분하고 비판하는 경우도 많음 이게 대중적으로는 잘 수용이 안돼서 그렇지... 사실 복잡한 비판적 사고가 대중적 차원으로 퍼지기 힘든건 페미/안티페미 진영 모두의 특성임
성적 물화랑 구분되어 비판되는 성적 대상화에 대해 좀 알려줄 수 있음? 예를 들어준다면 더 고맙겠고
내가 이 문제를 잘 몰라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건 성적 대상화는 말 그대로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고 성적 물화는 성 '상품', 섹스를 위한 물건 정도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내 관심사가 아니라 이정도밖에 설명을 못하겠다.. 미안 ㅜ
조금 찾아봤는데 성애적 대상으로 보는것=/=성적 대상화=물화 라고 하네 후자가 상품화의 이미지를 담고 있음
그럼 그 성애라는 게 이성이 이성에게 동성이 동성에게 성적매력을 느끼거나 성적매력을 어필하면 성애적 대상이라는 것임?
친구한테 물어봄: 성적 소구(sex appeal) / 성적 물화 혹은 대상화 / 성화(sexualization) 이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함.
포르노를 통한 예시: 포르노를 제작하는 감독이 있음. 감독은 예상 시청자의 성화를 캐치해서 배우들을 대상화 하고, 배우들은 보는 사람의 성적 소구를 자극함
성적 소구가 액션이면 성화는 취향과 관계된 시선이고 대상화는 소구의 도구로만 쓰일 때를 지칭
내가 말한 '성애적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이 시선의 의미를 가진 '성화'에 해당함
보통이 픽션에서 니가 말하는 소구의 도구로만 쓰이는 대상화라는 게 가능함?
가능하다면 그건 누가 판단하고? 판단과 판단이 다르다면 어떻게 증명되는 것임?
바로 그 부분이 문제임. 그걸 엄밀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경계도 없고, 결국엔 기준은 개인이 가져야 됨. 그래서 내가 친구랑 공유하는 입장이 이 개념을 개인이 '비판적 수용'해야 하는 틀로 사용해야 한다는거
그리고 상품화에 대해서는 정확히 상품화가 아니라 상품임. 돈주고 사서 보는 것들에 속한 모든 것들은 상품임. 그렇다고 해서 픽션속 인물에게 성적매력을 느낀 독자가 그 인물을 상품취급한다면 성적매력 자체를 느낄 수 있겠음?
음 나한테 화낼건 아닌거 같고... 나도 님처럼 검열적 시선의 일반화는 반대하기 때문에... 나는 특히나 이 개념을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매체에서나 엄격하게 적용해야지(검열을 옹호하는 것은 아님), 글이나 만화 같은 픽션은 애매하다고 생각함
나 화 안냈음ㅋㅋㅋ 닉네임이 그래서 그렇게보이는거임.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내 입장은 소설에서 뭐 어떻게 하든 알바 아니고 수용자가 스스로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대신 비판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봉쇄하려는 태도도 금물이다 이정도
알겠음 모르는 거 이것저것 가르쳐줘서 감사함
본능을 억압당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있다 역겨운 시대 - dc App
나 또한 창작물에 대한 최근의 법적, 사회적인 제재들에 대해 당연히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예시로 든 그레이의 50가지는 지금의 김승옥에 대한 논쟁과 달리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음. 왜냐하면 그레이는 쾌락 자체를 목표로 삼는 통속소설이고, 김승옥은 소위 순문학, 것도 세계문학이 아닌 한국문단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임. - dc App
그건 이중잣대일 수 있다고 보는데... 그렇게따진다면 순문학에서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표현은 실상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이 쾌락을 충족하는 성격을 지니기에 순문학보다는 대중문학에 가깝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작품은 순문학의 의미를 못가진다는 식으로 비판되어야 함. 현실에서 그렇게 비판됨?
통속/순문의 구분은 물론 편의상 사용하는 것임을 짚고 넘어가자. 여하튼 나는 (제대로 못 만든) 통속소설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그런 부류의 창작물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소재들의 무분별한 범람을 싫어함. 물론 이게 '금지'나 검열로 이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고, 단지 나의 호오를 말하는 거임. 그렇담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건 김승옥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성적대상화와 통속소설에서의 그것이 어떻게 다른가임. 우선 양자가 추구하는 방향, 성격 자체가 다름. 이런 구분이 순문충 같아서 듣기 거북하다면 최소한 그레이의~와 김승옥 소설의 차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쯤으로 정리할게. 여튼 김승옥의 소설에서 성적대상화라든지, 일반적인 관점에서 비윤리적인 사유가 사용된다고 해도 그건 목적
아니라 수단일 뿐임. 반대로 통속소설에서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고. 물론 목적-수단이라는 역시 지극히 편의상의 구분으로 창작물의 성적대상화에 대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겠지. 더구나 이런 틀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음. 그 소설이 비윤리적인 소재를 목적이 아닌 그저 수단으로 삼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충분히 '잘' 쓰였는지도 검토의 대상이 됨. 요컨대 어떤 순문학작가가 본인이 추구하는 상위의 목적을 위해 성적대상화를 사용했다고 치더라도 그게 미학적으로 목표를 성취할 만큼 훌륭하지 않다면 그건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거지. 즉, 내가 김승옥 소설에 종종 나타나는 성적대상화를 옹호하는 것은 그게 1.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며, 2.다른 무언가에 다다르기 위한 작가 고유의 미학적인
작업으로 이해하기 때문임. 물론 자의적이지. 하지만 '작품의 예술성'이라는 기준은 다소 모호하게나마 정립은 되어 있잖아? 롤리타가 야설이 아니라 세계문학 태그를 달고 버젓이 판매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한데 픽션의 윤리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이미 상술했듯 즉각적인 욕구 발생을 목표로 삼는 그레이류의 창작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임. 너는 그렇담 현실에서의 김승옥 비판이 '순문학이냐, 아니냐'로 전개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음. 현실에선 여러 층위의 문제가 복잡하게 엉키니까. 비판자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김승옥은 한국 (순)문학의 지평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작가거든. 결국 그렇기 때문에 김승옥에 대한 비판은 "김승옥은 순문학이 아니라 그저 그런 통속소설
작가일 뿐이다"가 아니라 "김승옥의 소설에는 윤리적인 결함이 있다"가 되는 거라고 생각함.
그럼 나와는 근본적으로 시각이 다른가보네. 나는 김승옥 소설 자체가 여성을 성적욕망의 도구로 바라보는 성적대상화와 전혀 무관하다고 봄. 끝
너 다른 댓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상화는 수반된다고 하지 않았냐? 나도 그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인디
그래서 본문맥락에 맞게 '여성을 성적욕망의 도구로 바라보는 성적대상화'라고 잘라 말했잖음. 이게 여성주의에서 말하는 극단적인 대상화고 그 극단적인 대상화를 자꾸 여기저기에 끼워맞추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님?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도 모두 이 여성주의적 맥락 때문인거임
나는 그게 얼마나 극단적인지 말하기 위해 픽션에서는 기본적으로 상대적으로 대상화 심지어 도구화되는 인물도 발생한다 한거고.. 현실에서 문제되는 건 말 그대로 여성주의적 맥락의 '극단적' 의미를 띄는 성적대상화인데 그걸 떠나서 막 근본적인 논의를 할 순 없는것 아님?
그리고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도덕적 잣대를 달리할 것 같으면 그게 더 이상 도덕적 잣대일 수 있음? 도덕적 잣대의 무서움은 어디서든 보편타당화하려는 건데... 심지어 그렇게 되면 대중문학은 도덕적으로도 순문학보다 열등한 존재가 됨. 난 여기에 대해서도 니가 하는 말이 잘 이해가 안됨
맞음. 네 말대로 이런 기준은 어쩔 수 없이 순문학과 통속소설-이런 구분 자체가 자의적이지만-사이의 위계를 만들게 되지. 나는 대상화 문제는 엄밀히 말해서 도덕적인 견지에서가 아니라 미학적인 견지에서 접근해야 된다는 입장임. 문학의 윤리는 사회통념상의 윤리와는 접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롤리타라는 소설을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얘기하다 보니 나도 초점이 흐려졌는데 김승옥 소설과 관련해서 여성주의적인 맥락의 성적대상화 비평은 나도 대체로 받아들이기 어려움. 읽은 지 좀 돼서 다시 읽어보면 의견이 바뀔지 모르겠다만, 아마 그러진 않을 듯하고
그래, 뭔가 더써보려다 괜한 소리같아서 접고, 얘기상대 해줘서 고마움. 난 그냥 예술이든 사람이든 불순할 수밖에 없다고 봄. 그게 말끔하게 합리화되거나 정당화되는 게 아니라서 직시하고 성찰하면서 살자는 주의임. 암튼 새해복 많이 받으셈